메리골드가 필 준비
회사 근처에서 금요일마다 꽃다발을 만원에 파는 작은 꽃집이 있다. 화훼장식기능사를 따는 걸 고민할 정도로 꽃을 좋아해서 금요일에 퇴근할 때면 어떤 꽃이 있나 살펴보곤 한다. 매번 살지 말지 고민만 하다가 이번에는 반가운 꽃이 보여 바로 포장을 해달라고 했다.
“메리골드 맞죠?”
“맞아요. 꽃 이름을 아시네요” 꽃집 사장님은 조금 놀란 듯이 말씀하셨다.
“네 꽃을 좋아해서요”
“메리골드 예쁘죠. 꽃말도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고”
크고 둥근 꽃에 여러 겹의 주황색 꽃잎.
꽃말은 더 아름다운 메리골드.
누군가가 아닌 일주일 고생한 나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꽃이란 존재의 특별함에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달콤한 향기는 덤이다.
꽃을 가만히 보다 보니 가운데 찌그러지고 갈색으로 시들어 보이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꽃집 사장님께 여쭤보니 의외의 답을 하셨다.
“보통 시든 건 줄 알고 계시는데 아니에요. 앞으로 피려는 거예요.”
참 신기하다. 가장 못생긴 모습이 앞으로 화려해질 거라니. 미운 오리가 백조가 된 것처럼 빛나 보이는 것 뒤엔 못난 과거가 있나 보다.
가끔 나 자신도 메리골드의 갈색 꽃잎처럼 다른 사람에 비해 부족해서 꾀죄죄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사장님의 한 마디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잘라내야 할까, 숨겨야 할까 피하기만 급했는데 속아내 버리면 활짝 풍성하게 핀 꽃은 영원히 보지 못할 것이다.
최악처럼 느껴지는 모습도 나의 한 부분이기에 언젠가 완전하게 꽃 피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땐 원래 어떤 꽃이었는지 잘 알 수 있겠지.
결국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 화려하게 피어나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