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사람?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이 이기는 걸까.

by Summer Breeze

얼마 전 직장상사들과의 회식자리에 동료직원 A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대략적으로 이야기하자면 A는 회사 생활에 열심히 임하지 않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근데 내가 아는 A는 업무에 대한 책임감으로 야근을 자처하는 누구보다 열정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유를 여쭤봤다.


하지만 생각보다 근거는 허무했다.

다소 불량스러워보이는 아니, 자유로워보이는 복장.


사실 A가 회사에 후드티나 반바지를 입고 오는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양말의 색이라든지, 바지의 종류라든지, 신발이라든지.. 등등

아주 사소한 것들이 문제가 됐던 것이다.


나는 성과만 잘 낼 수 있다면 복장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왔다.

고객을 응대해해야는 부서라면 정장처럼 프로페셔널하게 차려입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뭘 입든지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태면 되지 않을까.


A가 누구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했을 때 상사는 이렇게 답했다.


"일을 잘하면 뭐해. 이미지가 좋아야지."


실제로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똑같은 실수를 해도

하는 이미지의 사람이면 "그럴 있지"라는 반응이지만,

하는 이미지의 사람이라면 "그럴 알았어"라는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근데 일을 잘하는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진짜 일을 잘할까?

우리가 흔히 일을 잘한다고 여기기 쉬운 이미지 중에

앞의 사례처럼 옷을 단정하게 입는 것 외에도 바빠보이는 것이 해당이 된다.

하지만 '가장 바빠보이는 사람이 일이 제일 없다'라는 건 인터넷 상에서도,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매우 많이 느끼는 부분이다.


실제로 업무관련 부탁을 할 때 바쁘다는 이유로 답변이 가장 느리고,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이것 저것 챙기는 것이 많아 보이는 사람이 사실은 칼퇴도 제일 많이 하고 맡은 업무량도 제일 적었으며 실수하는 것도 꽤 있었다.

'초두효과'는 기사를 통해 한 번 쯤 들어봤을 법한 심리학용어다. 처음 형성한 정보가 나중의 정보를 습득할 때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다.

초두효과는 Halo effect로 불리는 '후광효과'와 연계되어 설명되곤 하는데 후광효과는 어떤 대상에 대해 평가하려고 할 때 일부 특성을 기준으로 논리적오류가 있을 수 있는 평가를 한다는 뜻이다.

즉, 첫인상은 때론 낙인으로 때론 안전망으로 꼬리표처럼 우리를 늘 따라다닌다.

하지만 앞에서 설명했듯이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이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초두효과는 굉장히 비논리적인 오류이다.


직장생활을 면접처럼 살고 싶지 않다.

사실 첫인상의 중요성은 면접을 준비하면서 특히 많이 듣는다.

짧은 면접 시간에 최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깔끔한 복장과 머리에 특히 신경쓰게 되고 온 몸은 뻣뻣하게 긴장되기 일쑤다. 면접이 끝난지는 오래인데 직장생활도 이렇게 피곤하게 살아야 되는 걸까.


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서 나는 절대로 사람의 이미지로 평가하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했다.

나 하나만 바뀐다고 해서 세상이 크게 변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가 정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을 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목소리가 되고 싶다.


이미지는 하나의 허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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