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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맑음 Feb 26. 2018

영어에도 존댓말이 있다?

Hello 하십니까?  

   


  내 동생이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하는 캠프에 갔을 때 있던 일이다. 동생은 당시 영어에 막 흥미를 붙여가는 중이었는데, 미국에서 온 친구가 한 번은 화를 냈다고 한다. "Please"를 붙이지 않고 부탁을 하는 건 무례한 거라고 하면서.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울 때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가 높임말이라고 익히 들어왔기에, (영어권 국가에서도 경어 표현을 챙긴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Give me."라는 표현이 그렇게 불쾌감을 줄지 몰랐다고 한다.     


너 생후 몇개월이야? 형아라고 불러 임마


   각 언어는 다른 언어와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면 라틴어로부터 파생된 서양 언어에서는 시제가 발달되어 있고, 명사에 성을 부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한국어에는 조사와 높임법이 발달해 있다. 이렇듯 모국어가 갖고 있는 특성이 높임말이기 때문에, (동생의 경우처럼) 다른 언어에는 높임말이나 존중하는 말이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오해하기 쉽다. 물론 우리말의 세세한 높임법들을 모두 다 반영하는 언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한국어의 고유한 특성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말이 갖고 있는 높임법들의 기준이자 생성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지위의 차이는 다른 사회에도 동일하게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국어에도 한국어가 갖고 있는 높임의 표현들이 있다. 그런데 그것은 우리말처럼 복잡하게 발달되어 있지는 않다. 지금부터 영어가 갖고 있는 존중의 표현들을 알아보도록 하자.





  1. 호칭을 사용하는 경어 표현

 상대방의 직함을 사용하는 우리말의 표현과 달리, 영어에서는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예의 바른 표현이다. 어미나 표현, 혹은 어휘 선택이 달라지는 한국어와는 달리 영어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 또한 경어의 역할을 표현할 수 있다. 독특한 점은 한국어에서의 존댓말이나 높임말이 사회적인 지위의 고저를 반영한다면, 영어에서의 경어는 지위보다는 친소의 의미를 더 강하게 반영한다는 것이다.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은 친하지 않은 사람과 같은 범주에 속한다. 또한 사회적 지위가 비슷하거나 낮은 사람은 스스럼없는 사이인 사람과 같은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전자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안부 인사를 한다. (괄호 안은 호환 가능한 표현들이다.)

 How are you, Mr.Smith? (Mrs. Smith, Miss Smith, Dr.Smith, Professor Smith)

처음 만났을 때,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실례이다. 따라서 처음 만났을 때는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 옳다.

How do you do, Mrs. Smith?


<사회적 지위가 비슷하거나 친한 상대에게>

 반면, 후자의 경우에 안부 인사를 할 때는 first name을 사용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Hello, George. (Mary)


 단, 높이는 호칭인 Sir과 Ma'am의 경우, 일상 회화에서 남발하면 상대방은 불쾌할 수 있다. 그것은 마치 비굴한 태도이거나 군대같이 상하 구별이 엄한 집단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2. 구문

   다음으로는 높임 구문을 사용하는 경어 표현을 알아본다.


 2.1. 조동사를 사용

  대부분의 높이는 말에는 Would you…? 와 May I…?를 사용하면 기본적으로 높임말이 된다.

  또한 질문이 간접적일수록 경어의 정도가 더 높다.


  예를 들어 살펴보자.

 "나는 가고 싶다."는 말을 표현하고자 할 때, 같은 내용이라도 I wanna go. 보다는 I want to go. 가 더 존중하는 표현이며, I would like to go. 는 더 높은 표현이다. 같은 맥락에서 What do you want? 보다는 What would you like? 가 더 정중하다. 무엇을 도와줄지 묻는 같은 내용이지만,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것은 실례가 될 수 있다. 굳이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전자는 "무슨 용무냐?"로 후자는 "무슨 일이십니까?"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어투나 발음, 발화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는 한다.   또한, 펜을 빌리고자 할 때 Can 보다는 May를 쓰는 것이 더 높이는 표현이다. 할 수 있냐는 능력을 묻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Can I use your pen? 보다는 May I use your pen? 이 더 정중하다.

 또한 부탁을 할 때는 원형 부정사를 그대로 쓰는 명령법을 쓰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사용해서 표현한다. 이때 질문에 쓰이는 조동사에 따라서 강도가 달라진다." Do it."은 군대에서 사용하는 표현이며, 너무 직접적이어서 실제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Can you?"/"could you?"/ "I wonder if you could?"로 갈수록 더 정중하다.     


■소결

경어체> 친근 구어체

I would like to go. > I want to go. > I wanna go.

May I use your pen? > Can I use your pen?

I wonder if you could? > Could you? > Can you?






 2.2. 가정법

 앞서 말했듯 질문이 간접적일수록, 더 높이는 말이 된다. 상황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에둘러서 말할수록 정중한 표현인 것이다. 그러므로 직접적인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가정법을 사용하면 더 높임말이 된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정법은 직설법과 달리 발화 상황을 예상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해서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면, 낯선 사람에게 길을 묻고 있는 경우를 들 수 있다. can을 사용해서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경우에는 "가르쳐 줄 수 있는가?" 하는 능력을 묻는 것이 된다. 즉, 상대방이 길을 가르쳐줄 능력이 되는지, 그 길을 알고 있는지가 질문 내용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Can you tell me the way to the school?"에 대한 대답에, 원칙적으로 상대방은 "Yes, I can."이라고 답해놓고 길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된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물음에 그 정도만 대답해도 상관은 없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내용이라도 가정법을 사용해서 "Could you tell me the way to the school?"이라고 말하면 경어적인 표현이다. 가정법이므로 해석하자면 "길을 가르쳐 주실 수 있을까요?" 정도가 되겠다. 여기서는 '당신이 길을 알고 있다면'이라는 상황을 가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의 사정을 생각하고 묻는다는 뉘앙스를 주어서 보다 정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소결

경어체> 친근 구어체

Could you tell me the way to the school? > Can you tell me the way to the school?







 2.3. 과거형 사용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곧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뉘앙스를 주기 쉽다. 다시 말해서 일방적인 통보는 그 사람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말했던 조동사와 가정법은 상대의 감정을 고려한 표현이었다. 이번에 소개할 표현법은 자신의 감정을 사용할 때 과거형을 사용하는 것이다. 즉, 현재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과거에 느꼈던 것처럼 표현함으로써 상대에게 거절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라면 거절할 경우 상처를 받을 수 있고, 더 불편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요소 때문에 상대가 억지로 승낙하지 않도록 보호한다는 뉘앙스를 준다. 예문을 보자.

 사람을 초대할 때 I want to invite you.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어감이 너무 강해서 상대가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 만약 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오히려 미안해해야 할 정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I'm having a party tonight. I was wondering if you would like to come.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중하다. 상대방의 사정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특히 "궁금했었다."라고 과거형으로 말하는 것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표면적으로는 과거에 그러했다는 것이라는 뉘앙스를 주어서 거절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표현이다.


■소결

경어체> 친근 구어체

 I was wondering if you would like to come. > I want to invite you.




 3. 기타


3.1. 부탁하는 표현

 정중하게 말하는 것은 어느 상황에서든 중요하지만, 특히 부탁하는 말을 할 때는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상대의 대답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탁하는 말을 정중하게 하는 것을 알아두는 것은 영어에서 높임말을 배우는 이유라고도 할 수 있겠다. 부탁하는 표현에 쓰일만한 구문은 다음과 같다.

뒤쪽으로 갈수록 높이는 표현이다.


 "Can you…?"
"Could you…?"
"Do you think you could…?"
 "Do you think you could possibly…?"
 "I don't suppose you could…?"
 "I am wondering if you could…?"
 "I was wondering if you could…?"


 이 중에 어떤 구문을 선택할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앞서 호칭을 통한 높임법에서도 말했듯이, 상황에 맞지 않게 너무 높이는 표현을 사용할 경우에 상대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극존칭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어떤 구문을 사용할지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조건은 세 가지 정도가 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먼저 부탁 내용이다. 사소한 부탁의 경우에는  "Can you…?"를 써도 무방하다. "편지를 부쳐주시겠어요?" 하는 등의 부탁을 할 때는 "Can you post this letter on your way?"라고 하면 된다. 그런데 큰돈을 빌리는 등의 중대한 부탁의 경우에는 "I am wondering if you could lend me 30,000,000 won."처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것은 발화 상황에 따라 상대적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백만장자의 경우에는 돈을 빌려주는 것보다 편지를 부쳐주는 것이 더 어렵고 큰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부탁 내용이 의무인지 선택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의무로 해야 하는 일의 경우에는 정중한 표현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에서 물을 달라고 할 때는 명령형인 "Bring me a glass of water, please!"라고 해도 무방하다. 또한 직장 상사가 공적인 일로 비서에게 "Can you type this letter by 10?"이라고 말하는 것도 적절하다.

 반면, 개인적인 일로 부탁할 때는 "I was wondering if you could…?"등 정중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전적으로 상대방의 호의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적인 부탁의 경우에는, 왜 그렇게 부탁하는지 상황에 대한 설명도 곁들이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Mary, I am out of cigarettes and I'm a bit busy. Are you going past the tobacconist's during lunch hour? If so, do you think you could buy one pack for me?"라고 하는 것이다.


 셋째는 상대와 자신과의 친밀도이다. 친할수록 격의 없이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탁 내용이 완전히 똑같다고 하더라도 부탁하는 상대에 따라서 말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서 짐을 부탁하는 경우에, 친한 친구에는 "Can you keep an eye on the baggage for a moment?"라고 하면 되고, 보통 친구라면 Can대신 Could를 사용해서 "Could you keep an eye on the baggage for a moment?"라고 하면 된다. 그러나 소원한 사람의 경우에는 "Do you think you could keep an eye on the baggage for a moment?"처럼 더 높이는 표현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과는 다른 방식과 다른 이유로 예의를 갖춘다.





3.2.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십시오.

 상대방이 한 말을 알아듣지 못했을 경우에 되묻는 표현이다. 자주 쓰이고, 표현법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앞서 말한 카테고리 중 적합한 곳이 없어서 따로 소개한다. 이 말은 특히 영어가 외국어이기 때문에 자주 쓰일 수 있다. 가장 자주 쓰이는 것은 "I beg your pardon?"이다. 친한 사이라면 편하게 "Pardon me?"라고 줄여서 표현할 수 있지만, 문장 끝을 올려서 발음하는 것을 주의하여야 한다. 내려서 발음하면 "실례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라는 뜻이 된다.

 반면 명령법을 사용하는 것을 주의하여야 한다. "One more." 은 한 번 더 말하라는 명령어이기 때문에 상하 관계가 엄격한 곳에서나 쓰일 수 있는 말이고 일상회화에서 쓰이지 않는다. 이 자체가 명령법이므로 Please나 Excuse를 붙여도 명령어이다. 같은 맥락에서 "Once more, please."/ "Once again, please."/ "Say it again." 등도 무례한 표현이다.

 그리고 영어를 못 알아들었을 경우에는 막연하게 다시 말해달라고 하는 것보다는 못 알아들은 부분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거나 되묻는 형식을 취하는 것도 좋다. "Do you mean you are not in favor of this proposal?" 혹은 "I didn't quire get whether you met him of not."과 같다.



 이제 '한 번 더 말씀해 주십시오.'를 적어보겠다.

 앞쪽에 있는 것이 무례한 표현이며 뒤로 갈수록 정중한 표현이다. 해석은 괄호 안에 적었다.


 Huh?(뭐?)
What?(뭐라고?)
 What is it?(뭡니까?)
 Say that again. (다시 한번 말해 봐.)
Please say that again. (다시 한번 말해 주세요.)
Please repeat what you said. (방금 말씀하신 것을 한번 더 반복해 주세요.)
 Pardon me? (다시 한번 말해주세요.)
 I beg your pardon. (실례합니다만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세요.)
 Please use easier words. (쉬운 말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I'm sorry I don't understand what you are saying.
             (죄송합니다. 말씀하시는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      





4. 나가면서

 이처럼 영어에도 나름의 높임 표현이 존재한다. 한국어처럼 어휘 자체가 변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표현을 바꾸거나 조동사를 바꾸는 등의 표현을 통해서 나름의 예의와 정중함의 정도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높임말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한국어와는 약간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위의 고저보다는 개인적인 친분, 혹은 의무인지 아닌지에 따라서 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화자와 상대방의 지위가 더 강하게 반영되는 한국어의 높임말과 달리 영어의 높임말은 상황에 따라서 같은 사람들이 대화하더라도 다르게 사용될 수 있다. (아마 동생의 경우, 그 친구는 동생과 친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르르..) 따라서 한국어처럼 세세하게 발달하지 않았다고 해서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잘 알아두면 유용할 것이다.      






wouldyou? wouldyou ?서로 즐겁게 대화를 나눠 보아요





<참고문헌>

이형철, 영어 경어 표현, 학일출판사,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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