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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 Sep 05. 2022

혼자 있을 때 가장 안정적인 사람

나를 찾아서

올해 초,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결혼하고 싶어요’였다. 딱히 남녀의 사랑으로 맺어진  결실을 보고 싶다, 이런 의미는 아니고 그냥 ‘외로워서’.

아, 외롭다는 의미가 또 ‘이성이 필요하다’라는 의미는 아니다. 말 그대로 외로워서다. 혼자 있는 순간이 몸서리치게 싫었다. 밖에 외출하고 왔을 때 집으로 돌아오면 불이 꺼져 있는 텅 비어있는 나 혼자만의 공간이 살 떨리게 시렸고 몸이 아프면 혼자 끙끙 앓는 게 그렇게 서러웠다.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조잘조잘 떠들고 싶은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게 속상했다. 엄마아빠의 품을 떠나는 건, 그런 것이었다. 이런 외로움은 몇 가지 이상행동을 가져오기도 했다.

가장 먼저 나타난 행동은 쉴 틈 없이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공허한 순간을 견뎌야 할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그게 공부든, 일이든, 해야만 했다. 그래야 외롭지 않으니까. 아이러니하게도 그 외로움은 나에게 많은 성과를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나를 찌르는 칼로 돌아왔다. 그다음엔 먹었다. 지금 생각에도 신기하다. 뭐에 홀린 듯이 계속 먹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었다. 머릿속에 생각이 나는 음식이 있으면 무조건 먹어야만 했다. 왜 그랬냐고 물으면, 이젠 말할 수 있다. 외로워서 먹었다. 외롭고 공허해서 먹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가에 잘 내려가지 않았다. 또 무슨 독기가 있어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다만 아무리 외롭고 힘들어도 내 자리에서 내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에 나는  혼자서도 안정적으로 사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야만 했다.

꼬박 반년이 걸렸다. 그 방법을 알기 위해서 말이다. 그 방법이 무엇이냐 물으면 우습게도 뭐라 콕 집어서 말하기 참 어렵다. 그저 하루에 충실했다. 하루에 충실했다는 것은 마냥 보람되게 살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날에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면 그 즐거움을 외면하지 않았다.


 누가 보면 ‘그 짓을 왜 해?’라고 하는 일이더라도 내 마음이 끌리기 시작하면 주저하지 않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거리’들이 참 많다. 좋아하는 축구선수를 보려고 팬미팅을 신청했다가 덜컥 당첨되어 같이 사진도 찍고 아하는 책을 읽고 서로들 생각을 나누는 독서모임도 가졌다. 그 ‘거리’들은 제각기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나’에 귀결되는 것들이었다. 모든 것들이 나였다. 외로움에 허덕여 바깥으로 향했던 오감들이 결국 나를 향했을 때, 나는 그 답을 찾게 된 것이다. 그렇게 반년 간, 나는 나를 제일 잘 알게 되었고 나 혼자 있을 때 가장 안정을 찾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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