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연기학원’이나 ‘배우 되는 법’ 따위를 검색해 보면 ‘연극영화과, 절대로 가지 마라’라는 글들을 볼 수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다. 그들의 말을 요약하자면 대충 이러하다.
연극영화과에 들어가기 위해서 치르는 ‘입시 연기’를 비롯하여 연극영화과에 들어가서 배우는 연기는 현장에서 쓰는 연기와는 전혀 다르다. 특유의 ‘쪼’가 들어간 연기이므로 좋은 연기가 될 수 없다. 때문에 연극영화과를 다니는 것은 시간낭비, 돈 낭비가 틀림없다. 진정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비전공자들이 가장 유리하다.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강력하게 외친다. 연극영화과, 가야 한다고.
개강을 했다. 학교에 나간 지 이틀 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는 머리가 또렷해졌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이틀 밖에 나가지 않았지만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예술에 대해 치열하게 열변을 토하는 교수님을 보며, 연습실에서 마음에 들 때까지 반복해서 연습하는 동기들과 선후배들을 보며 말이다.
이곳에 입학하는 사람들 중에서 ‘성적 맞춰서 들어왔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연극영화과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실기 시험을 봐야 하기에 가고자 하는 길에 진정으로 뜻이 없으면 그 고된 시험을 준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학교가 좋았다. 같은 열정들이 한데 모여 있는 이곳에서는 다른 세상에서 찾을 수 없는 어떠한 반짝임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늘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나는 메모장에 항상 무엇인가를 빼곡하게 적어왔다. 그럴 때마다 이곳에 온 내가 자랑스러웠다.
하루는 학교 사람들과 술을 마신 적이 있었다. 그때, 한 친구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있잖아, 나는 이 일이 너무 행복해” 취중진담으로 뱉을 법한 말이지만 그 친구는 술에 취해 있지 않았다. 다음 날 또 연습이 있다며 술 대신 콜라를 마시던 친구였다. 또렷한 정신으로 진심을 담아 말을 이어 나갔다. “밥이 맛있다, 옷이 예쁘다,라는 말은 쉽게 할 수 있는데 연기를 잘한다, 노래를 잘한다,라는 말은 쉽게 못 하겠어. 왜냐면 내가 너무 소중히 여기는 것이니까… 함부로 말하기가 어려워” 그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진심 어린 표정을 보았다.
학교는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늘 떠올리게 해 준다. 가끔 현실에 지쳐있을 때 말이다, 내가 예술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한 숱한 순간들을 상기시켜 주는 존재다. 암전 된 공연장 안에서 불이 켜지길 기다리며 설레어했던 마음, 둥둥거리는 우퍼소리에 날아갈 것만 같았던 기분들, 아름다운 거짓말을 만들어 내는 그 환상의 순간들 말이다. 이곳에서, 여전히 무대를 향해 빛을 발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현실에 치여 바래졌던 나의 꿈과 행복한 상상들은 하나 둘 일깨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