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려고 해도 떠날 수 없는 것
작년에 들었던 연극사 수업 마지막 시간이었다. 교수님은 연극사 수업을 마무리 짓고, 팀별로 묶어 토론을 진행시키셨다. 토론 주제는 ‘예술이란 무엇인가’였다.
그놈의 예술이란 대체 무엇인가. 우리는 진부하지만 도무지 답을 알 수 없는 이 질문을 두고 치열하게 토론했다. 모두의 답이 끝나고, 교수님은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예술’의 정의에 대해 말씀하셨다.
교수님은 예술을 “떠나려고 해도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하나에 미친다는 것은 참으로 미련해 보이지만 진실로 숭고한 일이다. 교수님은 연극이 좋다는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시고 연극학이라는 대학원에 진학하셨다. 그리곤 지금껏 연극에 몸을 담그고 계신 것이다. 교수님은 연극이, 그리고 예술이 그런 존재라고 말씀하셨다. 아무리 떠나려고 해도 너무 가슴이 뛰어서 떠나지 못하는 것.
가슴 뛴다는 말은 어찌나 뻔한지. 그런데 그 뻔한 말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최근에 떠나려고 해도 결국 떠날 수 없었던 이야기를 또 들었다. 지금 듣고 있는 연극학과의 움직임 수업 교수님이다.
나는 무용을 좋아한다. 몸으로 감정을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수업을 들으면서 교수님께 무용을 전공으로 나아가게 된 계기를 여쭈어보았다. 교수님은 긴 자신의 이야기를 내게 풀어놓으면서 끝에 이런 말씀을 덧붙이셨다
“하고 싶은 건, 어떻게 해서든 결국 하게 돼”
나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대에는 나이 분포가 굉장히 다양하다. 전부 ‘떠나려고 해도 떠나지 못하고 다시 돌아온’, ‘결국 하고 싶은 걸 찾아온’ 이들이며, 나 또한 그중 하나다.
사실 나는 연극영화과에 와서도 확신이 없었다. 내가 평생 예술을 할 것이라는 확신. ‘예술가’라는 직업인이 되겠다는 확신.
한 배우가 인터뷰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을 때, 많은 돈이 아닌 먹고 살만큼 벌어도 괜찮겠다”라는 확신을 하고 나서 연기에 뛰어들었다는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돈이 중요한 사람이었기에 그 배우의 말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지금 완전히 바뀐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일을 평생 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건 순전히 예술의 성질 때문이다. 떠나려고 해도 떠날 수가 없게 만드는 그 고약한 성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