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영화과를 고민하는 입시생들에게
의외의 말이다. 배우가 되고 싶다면 연극영화과를 가지 말라는 말 말이다. 그러나 이는 입시생들은 물론 전문가, 배우 지망생부터 전문 캐스팅 디렉터과 감독들 사이에서도 매우 자주 언급되는 말이며 아주 분분하게 의견이 갈리는 질문이다. 오롯이 나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이긴 하나 나는 이 질문에 대해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갈 수 있으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가세요’라고.
의견이 나뉘는 이유는 하나다. 연기에 ‘쪼’가 생기기 때문이다. 연극영화과에 들어오기 위한 입시 연기에는 정형화된 답이 있다. 과한 제스처, 연극적 말투와 같은 것들 말이다. 이는 오직 연극영화과에 들어오기 위한 연기일 뿐, 실제로 현장에서 쓰이지는 않는다. 특히 많은 배우 지망생들이 원하는 매체 연기에서 말이다. 자연스럽고 연기 같지 않은 연기를 원하는 현장과 달리, 입시 연기를 하게 되면 과한 몸짓과 말투로 인해 연기를 하는 듯한 쪼가 드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쪼’를 빼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현장에서 ‘전공생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말도 아주 흔하게 드는 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분명하게 연극영화과에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환경’이다. 연극영화과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곳이다.
내 학창 시절을 한 마디로 언급하자면 ‘일반인 코스프레’였다. 나는 지방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는데 자라오는 내내 예술을 한다는 것은 ‘딴따라짓’ ‘노는 애들이나 하는 짓’ ‘공부 못하는 애들이 하는 짓’ 이라고만 들어왔다. 예민한 감수성으로 글을 쓰거나 무엇인가를 표현하면 ‘진지충’이라는 말 밖에 듣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줄곧 내가 그런 사람인 줄만 알았다. 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늘 나를 죽이려 들었다. ‘기뻐도 표현하지 않고 슬퍼도 내색하지 않으며 크게 감동받지 말 것’ 그것이 내가 연극영화과에 오기 전에 내내 나에게 다짐했던 것들이다.
그러나 살면서 예민해져도 되는 영역이 있다. 그게 바로 예술이다. 그건 그래도 되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예민함을 수용해 줄 수 있는 환경이 연극영화과며 예술대다. 이곳에는 예술을 하는 ‘나’를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특별한 당신이 존재하는 곳이다.
눈칫밥을 먹은 사람은 눈칫밥을 먹은 티가 난다. 내가 그렇다. 나는 아직도 눈치를 보면서 예술을 한다. 내가 내놓는 작품이 아닌, 내가 표현을 하고 있다는 행위 자체가 여전히 유년시절에 받았던 눈칫밥을 먹는 것만 같아 아직도 애를 먹는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자신의 예쁨을 알아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행복하게 예술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