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교수님이 ‘얼평’하는 과

몸이 상품인 배우의 삶

by 이 지음

저번 학기에 들은 <연기7> 수업 시간의 이야기다. 첫 수업 날, 다른 과처럼 평범하게 OT가 진행되던 중 교수님이 조심스럽게 입을 여셨다.


“나 너희 얼평(얼굴 평가)해도 괜찮지? 혹시 불편한 사람 있으면 말해줘.”


수업을 듣던 학우들 중, “싫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되려 모두가 감사해했다.
다른 학과 수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면 아마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갈 만큼 큰 논란이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극영화과는 다르다. 배우는, 말 그대로 ‘몸이 상품’인 직업이기 때문이다.

배우에게 외모는 단순히 ‘예쁨’이나 ‘잘생김’의 문제가 아니다. 카메라 앞에 설 때 자신이 어떻게 비춰지는지, 어떤 이미지를 주는지 ‘배우의 도구이자 언어’를 알려주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다. 그리고 그 관리의 출발점이 바로 다이어트다.

“연예인은 실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말랐더라.”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말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카메라는 사람을 실제보다 더 통통하게 비춘다. 그래서 배우들은 화면 속에서 보기 좋게, 캐릭터에 맞게 몸을 조율한다. 무작정 말라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캐릭터에 맞는 체형’을 유지하는 것이 배우의 덕목이다.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이성경 배우가 일부러 살을 찐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역도선수처럼 살집이 있는 인물을 맡았다면 체중을 늘리고, 시한부 역할을 맡았다면 살을 뺀다. 그렇게 몸을 통해 인물을 만들어가는 것이 배우의 일이다.

그래서 교수님이 강조하신 ‘얼평과 다이어트’ 역시 단순히 날씬해지는 게 아니라, ‘배우로서의 체력과 이미지 관리’에 관한 이야기다.


나 역시 지난 한 달간 약 7kg을 감량했다.

단순히 외형을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배우로서 내 몸을 하나의 도구로 다듬는 과정이었다. 카메라 앞에 섰을 때 조금 더 설득력 있는 얼굴과 몸, 그리고 인물을 표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처럼 느껴졌다.

교수님의 ‘얼평’ 또한 그런 맥락 속에 있다. “예뻐져라”가 아니라 “배우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수님은 외모를 지적하기보다, 배우의 얼굴이 감정을 담을 수 있도록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신다.
예를 들어, 미용 시술에 대해 이런 말을 하셨다.


“배우는 절대로 보톡스를 맞으면 안 된다.”


감정을 표정으로 전달해야 하는데, 근육이 마비되면 표정이 죽기 때문에 섬세한 표정을 쓸 수 없고 감정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말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얼평’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외모 평가가 아니라 ‘배우로서의 조언’으로 다가왔다.

연극영화과에서의 ‘얼평’은, 결국 ‘네가 무대 위에서 어떤 얼굴로 세상을 마주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교수님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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