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연극영화과는 모든 수업이 팀플이라고?

함께의 마법

by 이 지음

대학에서 ‘팀플’은 악명 높은 존재다. 하지만 연극영화과에서는 그 악명이 일상이 된다. 돌이켜보면 팀플이 아니었던 수업을 하나도 떠올릴 수 없다. 매 학기마다 새로운 사람들과 팀이 꾸려지고, 매번 전혀 다른 세계를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한 번의 팀플은 단순한 과제가 아니라, 하나의 작품이자 작은 사회였다.

1학년 때 배운 ‘기초연기’ 수업은 바로 그 시작이었다. 당시 코로나가 유행했을 때라, 모든 학과가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했지만 우리는 그럴 수가 없었다. 입학하자마자 우리는 마스크를 낀 채 학교에 모였고 그 자리에서 무작위로 팀이 배정되었다. ‘기초연기’는 고전 동화를 토대로 공연을 올리는 수업이었다. 흥부놀부, 피터팬, 백설공주 등 익숙한 이야기들이었지만 모든 장면을 처음부터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의상도, 소품도, 심지어 대본도 없었다. 오직 사람과 사람만 있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야 했고, 각자의 상상력이 무대가 되어야 했다. 처음엔 서로의 말투부터 리듬까지, 모든 게 달라 부딪쳤다. 연기라는 건 결국 함께 숨을 쉬는 일인데 우리는 서로의 호흡을 몰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어색함 속에서 조금씩 리듬이 맞아갔다. 장면이 만들어지고, 웃음이 터지고, 실패가 쌓이면서 우리는 ‘연기를 잘하는 법’보다 ‘함께하는 법’을 배웠다.

기초연기를 시작으로 우리는 수많은 팀플을 거쳤다. 그 모든 팀플에서, 우리는 한 번도 의견이 같았던 적이 없었다. 장면의 톤을 두고, 인물의 감정을 두고, 심지어 조명의 색깔 하나를 두고도 의견이 갈렸다. 매번 부딪히면서도 결국은 어떻게 조율하고, 어떻게 끝까지 함께 가야 하는지를 배워야 했다. 그러나 매번 느꼈다. 연극영화과의 팀플은 ‘누가 더 잘하느냐’가 아니라 ‘함께 버텨내느냐’의 싸움이라는 사실을.
돌이켜 보면, 이곳에서 배운 가장 큰 건 연기나 연출 기술이 아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감각, 다름을 견디는 인내, 함께 무언가를 완성했을 때의 묘한 기쁨이었다. 연극영화과의 팀플은 그렇게 나를 무대보다 더 큰 세상으로 이끌었다. ‘함께’라는 말의 무게를 조금씩 배워간 것이다.


열정이 담긴 '우리'의 공간
일요일 연재
이전 04화4. 교수님이 ‘얼평’하는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