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중앙대 연극영화과에만 있는 병, ‘중대병’

교수님이 건넨 한 문장, ‘비교금지’

by 이 지음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추측해 보건데 아마 유명한 배우나 연예인들이 많이 나와서가 큰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정말 그렇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사람들, 드라마·스크린·예능에서 보던 얼굴들이 우리 학교를 다니고 있다.


입학하고 나는 설렘에 들떠 있었다. TV에서 보던 얼굴들이 바로 옆에서 커피를 마시고,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함께 작업을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촌스럽게도 세상이 한순간에 화려해 보였다. 딱 입학 후 한 달까지는 그랬다.

입학 후 딱 한 달이 지나자 감정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설렘 대신 자괴감과 열등감을 느꼈다.

함께 수업을 듣는 친구들이 방송에 출연하고, 함께 작업을 하는 선후배들이 기사에 나와 웃고 있는 걸 보는 일이 일상이 되면서 나는 점점 움츠러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 무능할까?”라는 질문이 스스로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나는 10년 전의 내 학창 시절을 이야기까지 꺼내어 스스로를 괴롭혔다. 예술고 장학생으로 선발됐지만 부모님 반대로 진학하지 못했던 기억까지 끄집어 들며, 나는 시작부터 잘못되었다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런 와중에,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이런 말을 꺼냈다.
“여러분, ‘중대병’을 아나요?”
교수님은 잠시 우리를 둘러보더니 설명을 이어갔다.
“끊임없이 주변과 자신을 비교하다가 결국 자기혐오로 빠지는 병입니다. 다른 학교 연영과에 수업을 가보면 이런 현상이 거의 없는데, 유독 중앙대에서는 심하더라고요. 그래서 중대병이라고 붙였습니다.”

맞다. 나는 ‘중대병’에 걸려 있었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학생들이 같은 병을 겪고 있을 것이다.


비교는 지독하게도 끝은 없다. 사실 우리는 서로를 질투하면서도, 동시에 서로를 부러워하며 버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이고, 누군가는 뒤처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기준은 결국 누구에게도 정확하지 않다.

화려해 보이는 순간들은 스포트라이트일 뿐, 그 뒤에 얼마나 많은 두려움과 불안을 끌어안고 있는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우리가 바라보는 ‘그들’ 또한 누군가를 바라보며 속으로 무너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이미 20살에 데뷔해 드라마 주연을 찍지만, 누군가는 40살에 첫 무대를 밟는다. 누군가는 졸업 전에 전속계약을 체결하지만, 또 누군가는 수십 번의 오디션 탈락 끝에 갑자기 인생이 바뀐다. 이 분야에서 “정답”과 “정해진 속도”는 없다. 오직 각자의 리듬만 있다. 학교에 유명한 사람이 많은 건 사실이고, 그건 분명 멋진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곧 나의 기준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었던 것 같다. 예술은 출발선이 아니라 결국 도착한 지점으로 말하는 세계니까.

지금도 나는 천천히 가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한 날이 물론 있다. 사실 앞으로도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러면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나의 속도로 간다고 해서 뒤처진 건 아니라고,
지금은 나에게 필요한 시간을 지나고 있을 뿐이라고. 그리고 언젠가, 내가 선택한 이 길이 결국 나를 데려다줄 곳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일요일 연재
이전 05화5. 연극영화과는 모든 수업이 팀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