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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 Aug 15. 2021

우린 여지를 남겨야 하는 사이

Don't burn your bridge.

여지(餘地): 어떤 일을 하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나 희망.


사전적 정의만 보면 여지는 긍정적인 의미가 강한 단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남녀 사이에 부정적인 의미로써 가장 많이 등장한다. '누군가에게 여지를 주다.' 썸 타는 사이에서는 설렘을 느낄 수도 있지만, 헤어진 연인이나 끊어내지 못하는 toxic relationship에서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그럼에도 반드시 여지를 남겨야 하는 관계는 존재한다. 인간관계에서 단순히 혹은 완전히 인연이 끝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 어떤 무리에 속해 있든 늘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다.


"Don't burn the bridge"


쉽게 말하면  건넜다고 그냥  생각 없이 다리를 태우지 말라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관계를 완전히 끊지 말고 일말의 여지를 남겨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관계가  막힐 만큼 끔찍한 관계가 아니라는 전제 조건은 필수. 상대방에게  이상 필요한 것이 없어도, 여기서 퇴사하면 다시는  일이 없을  같아도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굳이 적으로 돌려서 좋을 것이 전혀 없다.



이러한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된 계기는 최근에 정가영 감독의 단편 영화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를 감상하면서다. 독립 영화를 연출하는 '가영'은 차기작에 조인성을 캐스팅하고 싶어 지인 감독님에게 오랜만에 연락한다. 곧이어 조인성으로부터 전화를 받는 꿈같은 일이 생긴다. 전화 통화 내내 횡설수설하고 미소가 떠나지 표정은 그녀가 엄청난 팬임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가영'을 연기한 정가영 감독은 실제로 조인성의 팬이라고 한다.) 그리고 '가영'은 조인성과 작품 이야기를 할 약속을 잡게 된다! 재기 발랄한 19분짜리 단편에서 주목한 것은 그녀도 끊지 않았던 관계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어디서든 첫인상만큼 마무리도 중요하다. 누군가와 관계를 마무리할  여지를 남기는 것은  다른 기회로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러니 필요하다면 여지를 남기자. 생각지도 못한 다리가 상상이 현실이 되는 황홀한 순간으로 연결해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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