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에 대한 짧은 단상
"I'm not really a dog person."
"WHAT?????"
호주 워홀 시절 플랫 메이트였던 대만인 친구와 이야기하던 중 강아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경악하던 그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다. 난 사실 강아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취향을 가지게 된 계기는 꽤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놀이터에서 뛰놀던 시간이 제일 즐거웠던 어린 시절, 작디작은 치와와에게 맹렬하게 쫓긴 경험이 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뜨거웠던 어느 여름날, 6살 인생을 살면서 처음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치와와가 왜 쫓아오는지 영문도 모른채 엉엉 울며 전력 질주하다가 아파트 단지 안 화분 위에 올라섰다. 그러자 강아지는 날 물기 위해 폴짝폴짝 뛰며 사납게 짖어댔고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며 강아지 주인은 깔깔대며 웃었다.
어지럽게 펼쳐진 그 광경은 결국 트라우마가 되어 강아지에 대한 공포심을 만들었다. 전에는 길거리에서 어떠한 크기의 강아지를 마주치든지 우선 옆으로 피해 나를 지나칠 때까지 기다렸다. 지금은 그래도 좀 나아져서 내가 먼저 지나쳐 갈 수 있지만, 뒤에서 강아지 특유의 발걸음 소리(촙촙촙촙)가 들려오면 여전히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대부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따가운 시선과 함께 감정이 메마른 사람처럼 취급한다. 나의 취향에 대한 정당한(?) 이유를 이야기하려 하지만 잘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변명처럼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확고한 취향에 맞지 않는 사람을 마주하면 일종의 프레임을 씌운다. 흔히 오픈 마인드라고 자부해도 본인이 설정한 기준에 벗어나면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으며, 뭐든지 당연하게 여겨져야 하는 것은 없다. 모두가 강아지를 좋아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주제에서도 의견이 갈릴 수 있기에 각자가 다름을 기억해야 한다. 자신의 취향만큼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자세가 둥글게 살아갈 수 있는 '배려'를 키우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더이상 이상하다는 눈초리를 보내지 말길 바란다.
그는 그저 당신과 다른 모양의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