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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 Aug 30. 2021

감동 한 스푼 스릴러 반 스푼 '올드'

제목 운명론 <올드> (2021)

<식스 센스> <싸인> <23 아이덴티티> 등 꾸준히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릴러 장르를 확립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타임 호러 스릴러 <올드>로 돌아왔다. 사실 할리우드에서는 워낙 호불호가 갈리는 감독으로 유명한데 (로튼토마토 지수만 봐도 알 것이다) 개인적으로 전작들을 다 괜찮게 봤던 터라 신작도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 스릴러 반 스푼, 감동 한 스푼, 클리셰 콸콸콸이었다. 관람하는 내내 제목대로 따라간다는 '제목 운명론'이 떠올랐다. 연출부터 스토리까지, 심지어 배우들의 연기도 문자 그대로 OLD 했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아쉬움 가득했던 작품이다.



※스포주의※



스릴러 반 스푼

아름다운 프라이빗 해변에 도착한 사람들.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가족, 나이 차이가 엄청난 부부, 간질을 앓고 있는 아내와 그의 남편, 하루 전 도착했던 래퍼까지. 평화롭게 휴가를 즐기던 그들은 물속에서 알 수 없는 시체를 발견하고 곧이어 30분에 1년이 늙는 기이한 곳에 갇히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타임 호러 스릴러라는 기발한 컨셉에 걸맞게 심어놓은 서스펜스는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M. 나이트 샤말란 표 반전이 쉴 틈 없이 몰아치지만 영화 중반부 이후부터는 급격한 피로감을 유발하고 예측 가능한 지루함의 수준까지 떨어진다. 스릴러=반전이라는 공식을 굳건히 지켜온 샤말란 감독은 이번 신작에서도 작은 변주 하나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게 보면 스릴러의 정석이지만 사실 몇 편째 비슷한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오히려 이번 영화에서 귀를 막는 장면과 같은 맥거핀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을 정도.




감동 한 스푼

<올드>는 스릴러를 빙자한 가족 영화로 느껴질 정도로 가족 간의 유대감이 꽤 강조된다. 이곳에서는 30분에 1년의 시간이 흐르고 인간의 삶은 단 하루로 단축된다. 미친 듯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10대와 40대의 속도는 같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성장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노화가 찾아온다.


단 몇 시간 만에 청소년기를 건너뛰고 청년이 된 아이들과 무기력하게 늙어버린 부모. 비현실적인 시간의 흐름 가운데 급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가족들의 감정선은 뜬금없이 섬세하다. 벗어날 수 없는 곳에 갇힌 현실보다 부모의 죽음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자식들의 공포와 해탈한 채 죽음을 차분히 받아들이는 부모의 담담함은 대조된다. 이처럼 인물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묘사한 장면들은 지루한 스릴러를 잠시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클리셰 콸콸콸

아 시작한 지 5분 만에 결말이 예측 가능한 영화를 만났을 때의 절망감이란.


첫 번째, 공포에 질린 인물들의 표정을 클로즈업하는 숏에서 히치콕이 떠오른다. 비교하기 싫지만 서스팬스 영화는 그의 이름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히치콕은 주로 관객들에게 이질감을 느끼게 하거나 강조하고 싶은 장면에서만 클로즈업을 사용했다. 하지만 샤말란 감독처럼 단순히 긴장감을 주기 위해 쓸데없이 남발하는 숏은 오히려 중요성을 떨어트렸다. 감독의 의도적인 오마주였다면 실패였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어떤 스릴러 영화를 가져와도 붙일 수 있을 듯한 스토리이다. 평화로운 곳, 어딘가 불안한 아이의 표정과 쪽지, 갑자기 마주한 기이한 사건과 죽음, 가까운 곳에서 찾은 실마리, 우여곡절 끝에 탈출까지. <올드>가 아니어도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듯한 내용이지 않는가. 스릴러의 정석을 따르지만 반짝이는 반전이 부족했다. 심지어 영화 초반의 모든 소품과 상황이 결말을 대놓고 알려주기까지 한다.




색다른 컨셉이 아까울 정도로 부족했던 개연성, 지루한 서스펜스와 결말이었던 샤말란 감독의 신작 <올드>

다음 작품에서는 약 20년 전의 <식스 센스>의 감성은 버리고 조금 더 과감한 반전으로 가득 채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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