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안 써져서 개빡친다.

좀 써져라, 제발!

by 박작가

글이 안 써진다. 그래서 나는 개빡친다. 왜냐하면 난 정말 글을 잘 쓰고 싶고,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 해서든 뭐라도 써야 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뭘 생각하고 뭘 고민해도 안 써지는 걸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이건 뭐 쓰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아니, 말라는 거겠지. 그러니까 이렇게까지 나를 괴롭게 만드는 거겠지. 창작의 고통은 끝이 없다. 참기름 쥐어 짜는 것처럼 나를 최대한 비틀어서 짜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정도껏 해야지, 이 정도까지 안 써질 일은 아니잖아. 이대로 가다가 나는 찌꺼기가 되고 쓰레기가 될 거다. 그게 글을 쥐어 짜서 쓴 나의 최후다. 그러고 나면 난 앞으론 아무 것도 써내지 못하겠지. 쓰레기가 어떻게 글을 쓴단 말이야? 무슨 인센스 스틱도 아니고.


그렇게 글을 못 쓰면 난 작가가 되지 못하겠지. 아니-! 내가 작가가 아니라니, 이럴 수가. 말도 안 된다. 난 지난 세월 동안 스스로가 멋진 작가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거의 신동에 가까울 정도로 화려한 글쓰기 이력을 가지고 있는 내가 제대로 된 결과물 하나 내지 못한 채 이렇게 사양된 무언가처럼 구석에 처박혀 혼자 빛나는 재능을 흙속에 더 처박고 있다니……. 열심히 삽질 해서 꺼내 남들한테 자랑을 해도 모자랄 판에! 그러고 있는 걸 생각 하니 속이 쓰리다. 눈물도 조금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씨발! 난 이렇게 될 운명이 아닌데. 난 분명 아주 대단한 작가가 될 몸이란 말이야.


하지만 아니라고 부인하기엔 이렇게 형편 없는 사람이 된 지는 꽤 됐다. 그러니까, 좋은 작가가 되는 게 좋은 사람의 기준이라면 말이다ㅡ적어도 내 기준에는 어느 정도 그렇다ㅡ. 그렇다면 난 분명 형편없고 별 거 없는 시시한 사람이다. 언제부턴가 소재도 잘 안 떠오르고… 한 문장 쓰면 다음 문장이 생각 안 나고… 결말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집중도 잘 안 된다……. 그렇다면 난 멋진 작가가 될 운명이 아닌 거겠지. 아! 짜증나. 슬프고 마음이 아파서 콱 죽어 버리고 싶어. 들어보기만 했지 실제로 보지는 못한 그 양잿물이라는 것에 코를 콱 박고서.


그러다가도 다시 얼굴을 치켜 올리고는 키보드를 두드리고 싶다. 아직 이렇게나 슬퍼하는 걸 보면 적어도 내 안에 열망이 남아있다는 거니까 조금이라도 힘내보자 싶어서. 양잿물을 노트북에 뚝뚝 떨어트리면서 그렇게 다시 노력해보고 싶다. 포기하기엔 아직 젊은 걸. 그러니까 작가로 따지자면…… 아주 젊다고. 유명한 작가 중에 오십 대에 걸작을 쓴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그런 사람 중 하나가 될 지 어떻게 알겠어. 주름 쭈글쭈글한 미소를 짓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그러니까…!


결국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거지. 그리고 시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거야. 내가 똥같은 글을 쓰게 된다 하더라도 일단 뭐라도 써야지 어쨌든 돌아볼 게 생기고, 그 한 번의 움직임이 나를 다른 세계로 인도해 줄 테니까. 아무리 글이 안 써져서 개빡쳐도 그 개빡침을 이상한 데 분출하지 말고 글 쓰는데 쏟아낸다면. 그게 아니더라도 꾹 참을 수 있다면. 그러니까… 현대인의 미덕이라는 참을 인, 그 인내심이라는 걸 내가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그래서 그걸 쓸 수 있다면. 그러면 결국 난 성공하게 될 거라고, 한다, 생각을. 믿는다, 가능성을.


뭘로? 당연히 작가로서지, 뭐야. 그러니 오늘도 나는 오늘의 개빡침을 참아본다. 그래야 작가가 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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