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배운 적이 없다. 문장을 깔끔하게 쓰는 법이나 이야기를 매끄럽게 전개하는 법도 모른다. 지옥으로 가는 길이 부사로 뒤덮여 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나만의 감성만 담는다면 취향껏 써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렇지 않았던 거다. 하기사, 글의 기본이 되는 문장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소재가 아무리 좋아도 멀끔하게 펼칠 수 없는 법인 것을. 글도 사람처럼 겉이 깔끔해야 모두들 한 번쯤 돌아보는 법인데 그걸 이제야 깨달았다. 그렇게 글의 기본인 문장의 중요성을 알고 나니 글을 쓰는 게 어려워졌다. 소재를 잡고 글을 쓸 때 특히 그랬다. 영감을 받아 떠오르는 대로 받아서 쓰는 게 아니라 생각을 쥐어 짜서 쓰다보니 단어 하나를 고를 때도 고심하게 되고 문장을 마무리 지을 때도 망설이게 됐다. 글쓰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던가? 지금까지는 참 쉬웠는데…….
그래, 글쓰는 건 어렵다. 그것도 너무 너무. 조사 하나 쓰는 것도 한참 고민하게 됐다. 고작 2바이트짜리 글자 하나에 뉘앙스가 달라지니까. 넣는 게 나을 것 같다가도 빼는 게 나을 것 같아 보인다. 그러다 다른 글자를 더 넣어 보고 다른 단어로 바꿔 보기도 하고 그런다. 한참을 고민 하다가 도무지 알 수가 없으면 윤호한테 물어보기도 한다. 내가 아는 사람 중 문장을 제일 고민해서 쓰는 사람이라서. 윤호는 내 문장을 보면 고민하다가, 사실 대부분, 빼라고 말해준다. 그건 문장을 다이어트 시키는 윤호 스타일이라 그렇게 했을 때 내 마음에 쏙 들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결국 그의 조언을 얻어도 내 고민만 남는다. 아! 넣어야 할까, 빼야 할까? 정말 미치겠네.
작가라면 대부분 이런 고민을 할 것 같다. 잘 쓰는 사람이든 못 쓰는 사람이든. 누구든 멋진 글을 쓰고 싶어하고 그러기 위한 고민은 저절로 따라오는 숙명이나 마찬가지니까. 문장 고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래도 뛰어난 작가가 되지 못할 것 같다. 문장이 나쁘면 글이 지저분해지니까. 지저분해지면 그 안에 사유를 담기 어려워지니까. 사유가 없으면 그건 낙서와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그런 낙서는… 아무도 봐주지 않겠지.
그렇다고 고민을 많이 한들, 뛰어난 작가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떤 글은 분명 뛰어난 글이 되어 그를 멋진 작가로 만들어 주겠지만, 어떤 글은 그대로 남아 그저 그런 글이 되어 그를 단지 범인으로 남겨 두겠지. 그렇게나 생각을 많이 했는데도 제자리라는 건 정말 슬픈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왕 노력하는 거 확신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세상에 확신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거겠지…… 하고 생각해 본다. 조금 쓸쓸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그래도 글을 잘 쓰려고 고민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더 나아지려고 애쓰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대게 발전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나도 고민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봤고 생소한 단어도 찾아봤다. 가령 ‘광희(狂喜)’같은 것. 또, 새로 안 사실도 꽤 많다. 물론 다 마음대로 잘 되는 건 아니라서 막힐 때가 더 많았고 그로 인해 머리가 터질 것 같기도 했지만 그것조차도 글쓰기의 즐거움이려니 했다. 고통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없다고 하니 그렇겠지…… 싶어서. 모두가 말하는 그 말을 믿으면서.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자기 자신을 읽어내든… 알아내든… 찾아가든… 아무튼 뭐 그런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처럼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면 하지 않았을 생각을 하고, 평소처럼 밥을 먹고 있으면 하지 않았을 고민을 떠올리고, 그러다 나름대로 해답을 내기도 하고 관련된 걸 찾아보기도 하는. 자꾸만 흘러내리는 안경을 치올리는 것처럼 당연한 행동을 하듯이 반복하기도 하고, 눈앞을 어룽거리는 무언가를 잡으려고 손을 뻗어보기도 하고, 그러다 가끔 무언가 좋은 것을 손에 넣었다 싶으면 흰소리를 늘어 놓는. 글쓰기란 그런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