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상한 버릇

그건 나이를 계산하는 것

by 박작가

내게는 사람의 나이를 계산하는 버릇이 있는데, 나와 얼마나 차이 나는지를 주로 신경 쓴다. 나와 네 살 차이가 난다든가 열세 살 차이가 난다든가. 그리고 그렇게 했을 때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거나 뭐 그런 사람을 보면 ‘이 사람은 아이폰은 못 보고 죽었겠네’라고 생각한다. 에어팟, M5 맥북 에어, 뭐 그런 것들을 차마 써보지 못하고 죽었겠다고. 그러고 나서는 내가 죽어 보지 못할 것들을 상상해보려고 애쓴다. 과연 그건 무엇이 될까? 정말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상상은 내게 있어서 뭐랄까, 뭐라고 해야 할까. 그래. 죽음을 암담하고 두려운 것으로 만든다. 내가 살고 있는 시대의 모든 걸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사는 입장에서 이렇게 말하기 웃기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테슬라가 존재하는 걸 알고 있다. 타진 못하더라고 말이다. 그런 것처럼 내가 직접 경험하지는 못하더라도 그게 있다는 걸, 그래서 어쩌면 그걸 향유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거나 없다는 걸 확인 하고 싶다. 난 그런 생각을 즐긴다. 그걸 알지 못한 채 사망하면, 그래서 내가 누릴 수도 있었을 것들을 놓치게 된다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씁쓸하고 슬퍼진다. 그리고 그렇게 죽은 뒤의 나도 조금은 가엾게 느껴진다. 그건 정말로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얼마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는 여든 살이 넘어서 돌아가셨지만 결국 스마트폰 한 번 써보지 못한 채 돌아가셨다. 아이폰이 있다는 걸 알긴 알았을까? 엔비디아라는 기업이 있다는 건? 한참 아프셨기 때문에, 계엄령이 선포된 것도 모른 채 돌아가셨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분명 얼마 전까지 살아계셨는데, 살면서도 알지 못한 게 참 많았겠다. 그리고 그는 이제 더 많은 걸 모르게 되겠지……. 제미나이 3.0이 나왔다는 것도 모를 것이다. 곧 나올 아이폰 20주년 기념 폰은 어떤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게 될 거고, 언젠가 스테이블 코인이 상용화 되는 것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니도에서 곧 나올 새로운 스트레스볼도 아마 만져보지 못하겠지. 사실상 할아버지가 그렇게 관심있어하던 분야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 모든 사실이 어쩐지 씁쓸하게 느껴진다. 그런 게 하나씩 모이고 쌓이다 보면 그의 무덤보다 언젠간 더 커질 것이다. 그리고 그건 그의 죽음을 실감나게 만들어 줄 거다. 할아버지가 정말 돌아가신 게 맞노라고. 왜냐하면 그 하나의 또 다른 무덤은 세계를 완전히 변화시킬 거니까.


내 죽음 위에도 그런 것이 있다고 생각하면, 역시, 아까 말했듯이. 슬프고 씁쓸하다. 나는 아직 더 많은 걸 알고 싶고 계속해서 세계가 변화하는 걸 지켜보고 싶은데 내게도 언젠간 그 끝이 있을 거라는 게 못 견디게 벌써부터 아쉽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죽지 않을 방법도, 미래를 미리 알 방법도 없다. 그건 모든 사람이 가질 수밖에 없는 조금의 아쉬움과 텅 빈 페이지다. 사람이기에 응당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것.


그래서 이건 말이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평등한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태어날 때 어떤 탯줄을 타고 태어나느냐에 따라서 사람의 삶이 크게 갈린다고 하던데, 그걸 고려한다면, 태어날 때부터 불공평한 인생들의 유일한 공통점이 바로 죽음이고 그 죽음 뒤의 세상.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아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리가 죽고 나서 정말로 안드로이드가 세계를 정복할지도 모르는 일인 거잖아. 그건 우리가 모르는 공통의 미래. 우리 중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고 그렇게 우리는 진실을 영원히 모르겠지…….


그렇다고 해서 영원히 살길 바라는 건 아니다. 삶은 고통이고 고통이 계속되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나도 그렇다. 자연스럽게 노화를 경험하며 늙다가 언젠가 삶이 다 하는 그날을 기다리며 하루 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누가 나를 추모하고 누가 나를 외면하는지 알 수 없는 그 미래를. 눈부시고 찬란하게 빛날지 아니면 어둡고 질척질척하게 가라앉을지 모르는 그 미래를.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미래가 당도하기 전 이 삶을 어떻게 해서든 잘 보내는 것밖엔 없다. 좋아하는 걸 향유하고 모르는 걸 알려고 노력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려고 애쓰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것밖엔. 그러다가 운이 좋으면, 혹은 통찰력이 좋으면, 죽음 너머의 세계도 추측해 볼 수 있겠지. 마치 올더스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에서 했던 것처럼 혹은 조지 오웰이 <1984>에서 표현했던 것처럼. 내게 그런 힘이 없어도 사실은 상관없다. 지금 살고 있는 인생 하나만 책임지고 끝내주게 살면 되는 걸. 그걸 후회하지 않도록 마음가짐을 잘 먹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사실은.


대확행이니 소확행이니 떠드는 것들 전부 다 지워 버리고 오늘의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이번에 새로 나온 스위치2 게임 포코피아를 플레이 할 걸 기대한다. 트럼프가 여전히 그린란드를 탐내고 있는 걸 보며 그린란드가 미국령이 되는 상상을 한다. 그러다가 새로운 아이폰이 나오면 스펙을 한 번 검색해보고 친구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런 채로 남자친구와 손을 잡고 카페에 간다. 내가 누리지 못하는 건 사실상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다시금 깨달으면서 그렇게 하루 하루를 산다. 그러면 아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누리지 못할 모든 것이, 내가 모를 어떠한 것이. 아마도…….


이건 좀 흔한 상상과 조금 더 흔한 사유를 담은 글.

작가의 이전글창문에서 뛰어 내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