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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따가 Mar 30. 2020

주식시장의 바보가 바로 나다

초보 주식쟁이의 실패담


안 그래도 가계 부채가 심각한데 거리에 사람이 이렇게 없으니 자영업자분들은 정말 큰일이야. 실물 경제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게 되는데 예전 경제위기와는 다른 것 같아. 이번에는 정말 심각하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의 마음은 쉽게 흔들려 버린다. 너무 조급하게 주식을 사버렸나? 오히려 주식이 떨어질 때마다 매도하면서 현금을 확보했어야 했는데... 조금씩 불어 가는 투자금에 맞추어 손실률도 점차 함께 커지니. 시간이 갈수록 가슴이 답답해진다. 주식 시장에 좋은 이야기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좁은 안목으로 내 고집만 부리며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걸까? 


경제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떨어지고 난 후에 사도 늦지 않다고 말들을 한다. 다 떨어진 때가 어느 때고, 오를 때가 언제인지 난 알 수 있을까? 조금씩 분할 매수하며 주식을 모아 왔지만 주식이 이렇게나 하락하고 나니 견디지를 못하겠다. 결국 주가가 조금 회복하기 시작한 날, 이제 다시 급락이 올 것이고 이번에는 급락에 잘 대응해야겠다는 마음에 매도를 해버리고 만다. 가장 하지 말아야 한다고 들었던 '급락장에 샀다 팔았다'를 실천해 버렸다.




왜 다시 샀니?


주식을 팔자마자 거짓말 같이 다음날부터 급등이다. 이제부터 미국의 코로나 확산이 심각해질 거고, 유가도 그대로이니 잠깐의 작은 반등일 거라 생각한다. 그동안 너무 많이 떨어졌었지. 난 현명하니까 성급하게 뒤따라서 매수하지 않는다. 그런데 다음날도 급등, 그리고 또 다음날도 급등이다. 며칠 사이 10% 넘게 올랐다. 이런 급락장에는 V자 반등은 없다고 했다. 다시 떨어질 거라고 마음을 다독이지만 오히려 주식이 떨어질 때보다 오를 때가 더 힘들다. 오기 만을 바라 왔던 기회를 이렇게 놓칠 수도 있겠구나 싶다. 오히려 손실만 남기는 것은 아닐까.


주가가 내리면 내려서 매수가 두렵고 오를 땐 올라서 매수가 두렵다. 온종일 마음이 힘들다. 내가 주식투자를 시작하면서 바란 건 이런 것이 아니었다. 1년 뒤, 2년 뒤를 생각하면 지금 가격도 괜찮다. 난 어차피 바닥을 맞출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주식을 매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그리고 빠르게 급락했으니 반등도 빠를 거고, 이대로 V자로 반등할 줄 누가 알겠는가? 주춤거리다가는 다시는 이 가격이 안 올 수도 있다. 이대로 계속 주식이 올라버린다면 손실 확정이다. 더 이상 손실을 볼 수 없다는 마음에 다시 매수해버렸다.





대체 왜 이렇게 조급해?


이렇게 큰 경제위기는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라고 한다. 주식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은 이런 위기 때 용감하게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이다. 나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알바로 생활비 벌기도 빠듯했다. 2017년에는 비트코인 열풍이 있었고, 몇몇은 그 기회를 통해 부자가 되었지만 그때도 난 구경만 하고 있었다.  도박판이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아까운 기회를 놓쳤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기다려왔던 기회이고, 예금도 좀 있다. 주식 공부도 나름 해왔다. 생각보다 빨리 온 기회에 조금 불안했지만,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 기회를 또 놓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 두 달 안에 승부를 봐야 하는 일이 아닌데도 하루 이틀 주가에 일희일비하며 내 생활을 망쳤다. 그리고 내 생활과 함께 내 계좌도 망가져 갔다. 처음 주식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내가 직접 일하지 않고도 소득이 늘어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나도 자본가가 되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기회가 오고 주식 계좌가 커지기 시작하니, 일하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감정적으로 힘들어졌다. 정작 더 중요한 내 생활에 집중하지 못했다. 이렇게 할 바에는 안 하는 게 낫겠다.



마음 편한 주식 투자


사람들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뭔가를 잘 해내고 싶고, 잘 해내기  위해서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착각한다. 나도 나만은 성공해 보이고 싶었고, 나만은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했다. 주식시장에는 나보다 경험도 많고 정보도 많이 알고, 분석도 잘하는 더 뛰어난  투자자들이 아주 많다. 내가 그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주식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나의 장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 난 빚을 지고 있지 않고 큰돈이 필요한 일도 없다. 1, 2년 정도는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 1, 2년 후에 제 가격 받을 수 있을만한 주식을 생활이 망가지지 않을 만큼만 사둔다. 마음이 불안하다면 너무 많이 투자하고 있는 거다. 앞으로 한 달 두 달 동안 얼마나 오르고 떨어지는지는 상관이 없다. 그런 투자는 내가 할 수 있는 투자가 아니다. 내가 살 때의 가격과 그 회사의 장기적인 전망이 중요하다.


혹시 운이 좋아서 수익이 나더라도 생활이 망가진다면 그건 실패한 투자다. 남들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주식은 누군가와 경쟁해서 이겨야 하는 게임이 아니다. 누가 2배로 벌고, 10배로 벌어도 난 내가 계획했던 대로 분할 매수하면서 잘 대응하면 성공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은행 수익률만 넘는다고 해도 괜찮다. 혹은 원칙대로 투자했지만 손실이 나버렸더라도, 실패의 경험이 나중에 더 큰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그걸로 성공한 투자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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