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따가 Apr 19. 2020

내 글에 얼굴 입히기

오늘부터 시작하는 인스타 자랑질

사람마다 책을 좋아하는 방식은 다르다. 새 책처럼 소중히 다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밑줄 긋고 메모하고 접어두는 사람도 있다. 나는 좀 더 소박한 방법을 좋아하는데, 그저 책을 곁에 두는 것이다. 책을 곁에 두면 읽었을 때의 마음이 다시 나에게로 스며들어 가슴 한편이 든든한 느낌이다. 게다가 밖에 들고 다닐 때면 '나 이런 책 있는 사람이야'라고 자랑하는 것만 같다. 



안타까운 책 표지

사람들은 표지로 그 책을 본다. 그럴 때면 안타까운 책들도 있다. 나에게는 <철학자와 늑대>라는 책이 그렇다. 책 표지에 못생긴 폰트로 제목이 큼지막하게 박혀있고, 털이 정밀 묘사된 늑대와 반투명한 사람 그림자가 있다. 너무 솔직하게 제목에만 충실하다. 본문에는 귀퉁이마다 작게 늑대가 그려져 있는데 이 책이 동화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읽는 도중에도 자꾸 산만해진다. 책의 감성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겠지만, 이 책은 그렇게 가볍기만 한 책이 아니다.


개정판이 나왔으면 좋겠다


잘 빠진 책 표지

최근에 보고 있는 카피라이터 유병욱 씨의 책 <평소에 발견> 은 디자인이 썩 잘 빠졌다. 촌스럽기 쉬운 노란색으로 표지를 만들었지만 전체를 미로 같은 패턴으로 처리해 세련되어 보이다. 반짝이는 파란색 글씨로 제목을 써넣었는데, 평소의 '발견'이라는 제목의 뜻처럼 제목에서 도형들을 말 그대로 '발견' 하고 있다. 그냥 이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책의 제목처럼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해내는 디자인. 보는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여백이 있는 디자인이다. 유병욱 씨는 이전 책 <생각의 기쁨>에서 콘텐츠의 여백에 대해 말했다.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콘텐츠에는 대체로 여백이 있습니다. 보는 이가 끼어들 틈이 있습니다. 그 틈에 자기를 집어넣고 그 노래, 영화, 그림을 자신만의 버전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들고 다니기 뿌듯하다


내 글의 표지는 어떤가?

꾸준히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달이 넘었지만 내 글의 표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글의 썸네일 이미지가 필요하니 인터넷에 떠도는 이미지를 가져다 쓴 적도 있지만, 내용과 맞지 않아 어색했다. 직접 사진을 찍어 썸네일로 사용해보았다. 완성된 느낌은 아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친근감이 있어 좋았다. 내가 쓰고 싶어 하는 글은 생각에서 끝나는 말뿐인 글이 아니라, 실천하는 글이다. 직접 찍은 사진이 내 글의 표지가 된다면 그것만큼 잘 맞는 표지도 없겠다. 



내 글을 좋아하는 또 다른 방법

인스타는 자랑질의 명소라고 들었다. 하지만 자랑질이라고 폄하만 할 건 아니다. 인스타그램에 무언가를 올린 다는 건 흘러가버리는 일상 속에 조금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잡아두고 싶고, 그것들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마음일 거다. 내가 글을 쓰는 것도 같은 마음이다. 이왕이면 표지도 이쁘게 씌워서 누군가에게 내 마음이 전해진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 


뒤늦게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고 인스타의 맛을 알아가고 있다. 해시태그를 어디에 어떻게 달아야 하는지, 내가 올린 사진이 누구에게 보이는지도 몰랐는데. 한 명 두 명 모르는 사람들이 팔로우해주시니 어떻게 찾아오신 건지 신기하고 감사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식시장의 바보가 바로 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