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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따가 Jun 01. 2020

아무도 안 읽는 글쓰기 비법

작고 소중한 내 글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습니다만

글쓰기의 목적은 글마다 달라서 흥미롭게 읽을만한 가십거리로 쓰이는 글도 있고,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글이나, 생생한 경험을 전달하는 글도 있다. 부끄럽지만 이런 다양한 글 중에서 내가 최근에야 알게 된 장르가 있는데, 바로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이다.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목표로 하는 이들은 꽤나 많은 것 같다. 그들은 제목만 봐도 클릭하지 않을 글들. 클릭했다가도 한두 문장 읽고는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게 되는 글을 쓴다. 이런 글들을 보면 내가 얼마나 글쓰기에 재능이 없는지 자괴감이 빠지기도 한다. 보라,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다는 사실이 곧 내가 글쓰기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렇게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글 좀 쓴다는 브런치 작가들도 이 장르의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브런치 나우'를 보고 있자면 많은 사람이 재미있게 읽을 만한 글인데도 많이 읽히지 않는 글이 많다. 읽히지 않는 플랫폼으로써의 브런치. 이정도면 꽤나 훌륭하다. 상 줘야 한다.


브런치에 글을 매주 한 편씩 연재한 지 이제 2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아무도 읽지 않는 글' 쓰는 법에 대해 알게 된 작은 팁들이 있어 한 번 공유해보려 한다. 내 글이 당신의 '아무도 안 읽는 글쓰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읽고 싶지 않은 것을 쓰자

글을 쓰기 위한 첫 번째는 무엇을 쓸지를 정하는 단계다.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쓰려면 애써서 글감을 찾을 필요가 없다. 글감이 넘쳐나기에 우리는 그중 하나를 골라 주제로 삼으면 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글을 썼던 내용이면 좋다. 어디서 읽어보았던 것 같은 주제.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따분한 이야기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누군가가 아직 쓰지 않은 참신한 소재나 요즘 이슈가 되는 사건들은 피하는 편이 좋다.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유익한 정보와 사소하지만 인생에 도움이 되는 꿀팁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이 쉽게 체험해보지 못하는 나만의 경험, 그리고 깊은 사유에서 우러나오는 글들은 최악의 소재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읽기 싫은 글은 남도 읽기 싫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좋아하지도 않고 관심도 별로 없는 것에 관해서 쓰자. 


정말로 이 장르에 정통한 글을 보면 주제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공감하기 어려운 자신만의 감정을 추상적인 용어로 애매모호하게 적어두는 글들이 그렇다. 이런 글은 읽고 배우자. 물론 당신이 많이 읽을수록 그 글이 '많이 읽힌 글'이 되는 딜레마가 생기니 적당히만 읽어야 한다.


최근 이슈가 되는 '깡'에 대해 글을 썼더니 좋아요와 공유를 너무 많이 받아버렸다. 이런 주제는 좋지 못하다.



제목 정하기

주제가 정해졌다면 이제 제목과 썸네일을 정해보자. 가장 훌륭한 글은 사람들이 클릭조차 하지 않는 글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애초에 본문을 볼 기회가 없다면 내 글이 읽힐 기회는 없다. 사람들은 제목과 썸네일을 보고서 글을 읽을지 말지 결정한다. 그래서 가장 손쉽게 읽히지 않는 방법은 제목과 썸네일에 눈길이 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제목 정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브런치 메인에 있는 글을 둘러보자. 나는 이런 글들을 볼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나도 모르게 클릭을 해버리는 제목.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제목. 평소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감정을 긁어주듯 대신 말해주는 제목. 위트가 있어서 즐거워지는 제목. 아주 형편없다. 


우리는 이런 제목들의 반대로만 하면 된다. 무슨 글인지 모르도록 애매하게 글의 내용을 숨기는 제목이면서도. 흥미를 유발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유용한 정보가 이 글에 있다는 사실을 최대한 숨겨야한다. 제목만으로 가슴이 따뜻해지거나 즐거워진다면 최악의 제목이다. 제목 정하기가 어렵다면 본문 내용 중에서 불필요할 것 같은 문장을 하나 골라보자. 그 문장은 글의 내용과 관련도 없고 특별한 인사이트도 없는 훌륭한 제목일 가능성이 높다. 


브런치 메인의 글들. 이런 제목을 반면교사로 삼자.



뒤로 가기 버튼도 있다

글의 조회수가 생각보다 많다면 클릭하게 하지 않게 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좌절하지 말자. 글의 제목이 엉망이라 사람들이 많이 클릭했더라도 본문을 읽고 싶지 않게 만들어 앞부분만 조금 읽다가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게 만들 수 있다. 


도입부는 힘을 주어 두서없이 쓰는 편이 좋다. 제목과 마찬가지로 흥미로운 사건이나 유용한 정보는 뒤쪽으로 숨겨야 한다. 비문을 써서 이해하기 어렵게 하거나 맞춤법을 조금 틀려서 읽는 사람이 짜증이 나도록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러번 읽어도 이해하기 어렵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읽기가 어렵다면 읽는 사람은 굳이 자신의 노력을 들여 글을 읽으려하지 않는다.


글을 산만하게 만드는 것도 글을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를 대중없이 모두 쏟아내보자. 이때 주의할 것이 날 것 그대로 옮겨적다보면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나도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누군가에게 들었던 무난한 내용'을 적는 편이 안전하다. 하고 싶은 이야기 없이 이런저런 넋두리를 늘어놓는 글도 읽는 사람이 글쓴 사람에게 개인적인 관심이 없다면 흥미를 가지고 읽기 어려운 글이다.



내가 쓰고 싶은 글

만약 내가 모두가 읽고 싶어 하는 글을 써버린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읽는 사람마다 감명을 받고, 내가 쓴 글을 찾아 읽고, 다음 글을 써주길 기다리겠지. 얼마나 부끄럽고 부담스럽고도 슬픈 일이겠는가. 난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서, 또 없는 시간 내어가며 글감을 짜내고, 골머리 앓아가며 문장을 다듬고. 읽고 싶게 제목 뽑아내느라 한세월이겠지. 홀로 앉아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끄적이는 외로운 삶이 작가의 운명이다. 내가 소개한 꿀팁들을 활용해 아무도 읽지 않도록 글을 써보자. 불행하고 외롭고 의미 없는 삶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 모른다.





... 농담인 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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