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예전에 같이 술도 마시고 놀았던 친구의 피드를 본다.
이 친구가 여전히 나를 팔로우하고 있을까?
친구의 프로필을 누르고 팔로잉을 본다.
내가 없다. 친구는 나를 언팔했다.
팔로우니 언팔이니 그런 것들에 지랄염병 떨지 말자고 하면서도 내 머릿속에선 친구가 그날 어땠는지, 나와의 대화가 어땠는지, 내가 뭘 거슬리게 했는지, 내 피드나 스토리에 덜 떨어진 불쾌한 발언이 있었는지 생각한다. 그러면 확실하진 않아도 어떤 순간이 흐릿하게 재생된다.
그때? 그 표정이? 그 말이? 그 순간이?
그러면 나는 잠깐동안 부자연스러운 후회를 한다.
어바웃 타임 같은 판타지 영화를 떠올리면서.
이유를 알고 싶지만 그건 그 친구가 얘기해주지 않는다면
평생 알 수 없다. 만약 말해준다고 해도 나는 그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고민할 것이다. 그러니 나는 친구의 프로필에서 조용히 팔로잉이라는 글자를 누른다. 그러면 버튼이 파란색으로 바뀌고 글자는 ‘팔로잉’에서 ‘팔로우’로바뀐다.
다시 모르는 사이가 된 것처럼.
모르는 사이로 행동해야만 할 것처럼.
잠깐동안 ‘그때 그러지 말걸…’하는 생각 같은 걸 하지만
어차피 그게 아닐 수도 있고,
모르는 거니까 다시 나를 다그친다.
나도 싫어하는 사람 있는데
사람들이 나는 왜 싫어하면 안 되냐.
등 돌린 마음이 눈으로 보이는 시대여서
사람들이 더 끔찍하도록
올바르게 사랑스러우려고 애쓰는 건가.
아마 이 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어쩌면 언팔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