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슈타르솔 Jan 20. 2023

나의 나를 돌보는(self-caring)습관

책 타먹으려고 적은 댓글을 보니 제법 괜찮게 쓰여져서 재활용해봄

<나의 자기돌봄(self-caring) 리스트>

1.주당 3~4회 2km~3.3km(2마일)씩 인터벌로 조깅을 한다.(5km씩 달리고 싶은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몸무게 때문인지 발목이 아직 힘들어한다. 체중을 감량해서 앞자리가 바뀌면 한 번에 5km, 10km씩도 달려보고 싶다. 내가 속한 러닝 단톡방에는 제법 굇수(고수)들이 많은데, 그분들은 야외런을 한 번에 10km씩 한다. 이 추운 1월 겨울 날씨에도!)


2.스트레스를 받거나 패닉어택이 올 때면 천장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한다.(원래는 수험생용 호흡법인데 평상시 스트레스 완화에도 좋음)(thx to '공시청'님)


3.식사에 야채 비중을 의식적으로 확충하려고 노력한다.(thx to 스포츠영양사 '우수'님)


4.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주변인들에게도 습관적으로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을 쓴다(정말 어릴 때부터 우울증 대응할 때 좋은 기제)(성인,현자,지식인들이 하나같이 그들의 저서에서 하는 말)


5.기대치를 낮추고 산다(진짜! 진짜 좋음!! 나 자신에 대한 기대도 낮추고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한테도 기대를 안 함)(thx to 최재천 교수님)


6.가끔씩 전신목욕을 할 때 일부 온몸 구석구석 씻는다. (좀 비싸도 싸구려 마트제 바디워시 말고, 비싼 내가 좋아하는 향의 바디워시를 쓰는 걸 추천한다)

;인스타나 페이스북에 선남선녀들 사진을 보고 어느새 '자기신체혐오'가 왔었는데, 내 몸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애정을 갖고 돌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내가 좋아하는 '러쉬'의 '올리브브랜치'

 *나의 신체 혐오는 2차성징이 시작되면서부터 술을 마시고 들어오기 시작한 아버지와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시작됐다. 아버지는 작은 키에 부리부리한 눈, 꽉찬 레슬링 국가대표 같은 옹골찬 몸, 두껍고 큰 흉통등 내 또래 사람들이 추구하는 미의 기준과는 정반대의 신체적 특징을 지니고 계신다. 그리고 그 유전자들은 고스란히 나에게로 전달됐다(외갓쪽 남자들은 키도 180이 넘고 마른 사람들이 많은데 어찌하여 흑흑).

아버지가 싫어지면서 동시에 아버지가 물려준 모든 신체적 형질들이 싫어졌다. 그것들은 아토피, 자기혐오, 폭식, 비만, 우울증, 게으름등으로 표면에 드러났다.(모든 걸 아버지탓으로 돌리는 게 아니다.분명 나의 게으름과 상황에 대한 적극적 대응의 부재가 긴 세월동안 누적돼 악화된 점이 크다)


 나중에 운동을 시작하고 독하게 '제1차 다이어트'에 성공해 한 학기 3달간 약 30kg정도를 감량한 후에도 나의 신체혐오는 오래간 지속되었다. 높은 발등과 넓은 발볼이 싫었고 길다란 허리와 큰 머리통, 두꺼운 흉통, 두꺼운 뼈마디 모든 게 다 싫었다. 작은 키도 싫고 내 목소리도 싫고 모든 게 다 싫었다. 살을 뺀 이후에도 거울을 보기가 싫을 때가 많았다. 연애를 시작하면서 그런 내면의 공허함을 상대로부터 채우려하다가 폐를 여러 번 끼치기도 했다.(과거의 나의 엑스들에게 사과한다)

신체이형증(body dysmorphia) 출처 구글


 그러다 혼자 시골에 사시던 할머니가 몸이 불편해져 우리 집에 머물다 가시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젊은 시절 고된 노동에 무릎 수술을 하셔서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는 말년에는 이불에 실례를 하실 때가 왕왕 있었다.이기적인 큰고모에 대한 적개심, 무능한 큰집에 대한 원망감, 아버지의 영웅심리에 대한 거부감 등등 그전까지 친할머니에 대한 나의 감정은 썩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패륜아는 아니었음!). 그런데 어느 날 그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내가 어릴 때는 종종 미싱으로 하얀 tv덮개나 공예품을 만들어 며느리들에게 선물해주시던 할머니께서 실례를 하셨다는 자각이 들자 할머니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솟아났다. 그 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화장실로 모시고 가 옷을 벗기고 구석구석 할머니의 몸을 닦아드린 날이었다. 지금도 그때 그렇게 한 것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이 든다. 더 잘 대해드리지 못해서 얼마나 죄송한지 모른다. 미지근한 물이 나오는 샤워기로 할머니의 몸에 묻은 분변을 닦고 좋은 냄새가 나는 바디워시로 곳곳을 문질러 드렸다. 피부가 굉장히 하얗고 보드라워서 놀랐다. '이 몸으로 우리 아버지를 낳으시고 다른 4형제도 낳아 기르셨구나'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로 내 마음에서 뭔가가 바뀐 것 같다. 페이스북과 인스타를 한 후로 더욱 악화된 나의 자기신체혐오가 많이 가벼워진 날이었다.


7.피부관리는 귀찮아도 꼭 한다. 세수 꾸준히 하고 기초 화장품 싸고 성분 좋은 거 사서 듬뿍 바르고 잔다. 선크림도 귀찮지만 의식적으로 바르려고 노력한다. 침구 위생 신경쓴다. 베개피 자주 빨기 등등. 얼굴에 여드름이나 뾰루지 같은 게 생기면 정말 은근하게 안 좋은 기분이 오래 간다.


8.걷는다. 움직이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유소년비만이었는데, 점점 걷는 것도 달리는 것도 좋아졌다.


9.소비 욕구나 쇼핑 중독에 빠질 것 같을 때 스스로 되뇌인다. '나의 소유물 만큼 나의 (공간적 심리적)여백은 줄어들고 나의 책임감은 올라간다'


작가의 이전글 2020년 어느 때보다 다이나믹한 오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