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긴 터널을 지날 때 누군가가 건네는 다정한 말 한마디가 큰 위로로, 울림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나에겐 2층 어르신들의 말이 그랬다.
아파트 같은 라인 2층에는 맞벌이하는 딸인지 아들 내외인지의 육아를 도와주러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셔서 같이 살고 계신다. 그분들이 돌보는 쌍둥이 손자 손녀가 첫찌와 동갑이라 눈길이 가곤 했다. 그분들을 만나는 건 아침 등원 시간 아주 잠깐이다. 지하 1층 엘리베이터 앞, 손자 손녀 등원을 시키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그분들과 첫찌, 둘찌를 챙겨 주차장으로 가는 내가 스치듯 안녕(이수영 언니 노래 좋아했었는데… 무튼)하며 인사를 건네는 게 전부였다.
“훌륭한 엄마, 오늘도 고생이 많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요.”
“(아이들을 보며) 아휴, 예뻐라. 잘 다녀와.”
짧은 인사였지만 등원 준비(라 쓰고 전쟁이라 읽는다) 하느라 패잔병처럼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나에게 그분들의 따뜻한 인사는 인사 이상의 그 무엇이었다. 지친 마음을 토닥토닥해주기도 하고, 무거운 마음의 짐을 덜어주기도 했다.
오늘은 아침에 일찍 나온 덕분에 그분들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탈 수 있었다. 2층에서 지하 1층 주차장까지 내려가는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말이다. 할머니께 인사를 하니 오늘도 따뜻한 말을 건네주셨다.
“애들 둘 보느라 많이 바쁘죠? 그래도 그때가 제일 좋았어. 그때는 힘들어서 좋은 줄 몰랐는데, 지나 보니까 그렇더라고.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힘들어. 고집이 고집이).”
입이 댓 발 나와서는 할머니 뒤에 숨어 뾰로통한 표정으로 서있는 5살 손녀가 행여 들을까, 할머니께서 입 모양으로 말씀하셨다.
“오늘도 좋을 거야, 내일은 더 좋을 거고. 잘 다녀와요.”
할머니의 따뜻한 얘기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주차장으로 가서 아이들 어린이집 가방을 실으려고 차 문을 열었는데 아차차!!! 가방이 없다. 정신없이 나오다가 어린이집 가방을 두고 온 것이다. 어쩐지 몸도 마음도 너무 가볍더라니. 가방을 안 가져와서 집에 다시 가야 한다고 하니 첫찌가 묻는다.
“엄마 핸드폰은 챙겼어?”
(엄마가 자주 깜빡깜빡하니 핸드폰이며, 차 키를 가져왔는지 가끔 묻는다)
“응(엄마 머쓱)”
아하하. 오늘도 신나는 등원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