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찌가 사라졌다. 아주 잠깐 사이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린이집 방학 첫날, 내일부터 휴가를 쓸 수 있는 남편을 대신해 육아를 도와주러 친정부모님이 지방에서 올라오셨다. 점심은 아이가 좋아하는 푸드코트에서 밥 먹기로 해 마트로 향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짜장면과 탕수육을 주문해 맛있게 먹었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첫찌가 쉬가 마렵다고 했다. 둘찌는 부모님께 맡기고 첫찌의 손을 잡고 화장실로 향했다. 푸드코트를 나와 가전 매장 입구를 지나고, 미용실과 카페를 지나,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또 지나야 나오는 꽤 먼 곳이었다.
첫찌 쉬를 누이고 나도 볼일을 보려고 첫찌에게 말했다. “엄마도 쉬할테니까 문 앞에서 기다려. 엄마 빨리 나올게.” 그러고는 문을 열었는데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급히 밖에 나와 아이를 찾았는데 없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할미할배가 있는 푸드코트로 간 걸까? 급히 뛰어서 푸드코트로 가봤다. 거기도 없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이가 어디로 간 걸까? 다시 화장실 쪽으로 달려갔다. 아이 이름을 부르며 여자화장실, 남자화장실을 샅샅이 살펴봤다. 없었다. 밖에 나오니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가 보였다. 아이가 너무 귀여워서, 잘생겨서 누가 납치라도 한 거면 어쩌지? 심장이 쿵쾅거렸다. 옆에 있는 카페, 미용실 직원 분들께 키 요만한 남자아이 못 봤냐고 물었다. 못 봤단다. 천장을 올려다봤다. CCTV에는 찍혔을까?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마트 보안팀에 연락해야 하나? 아이가 자기 이름, 엄마 아빠 이름을 아니까 누가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으려나?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우선 엄마, 아빠한테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푸드코트로 뛰어갔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는 걸 꾹 참고 울먹거리며 아빠한테 말했다.
“아빠, 첫찌가 없어졌어요.”
”첫찌? 저기 할미랑 있는데? “
아빠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첫찌가 할미와 함께 퇴식구에 다 먹은 그릇을 반납하고 있었다.
”OO아, 어디 갔었어? 엄마가 기다리라고 했잖아. 엄마가 계속 찾았었어. “
”나 길 잘 알아.” 태연스럽게 말하는 첫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이의 손을 꼭 잡았다. 평소 엄마 말을 잘 듣는 의젓한 아이라 해도, 아이는 아이였다. 다섯 살짜리를 혼자 두면 안 되는 거였다. 아이의 작은 손을 꼭 잡으며 다짐했다. 이 손, 절대 놓지 말아야지.
(그날 첫찌는 ‘엄마 아빠 없이 혼자서 어딜 가면 안 된다.’는 얘기를 나한테 백 번, 할미한테 백 번 들어야 했다.)
”엄마, 오늘 좋았지? 오늘은 좋은 하루였어. “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첫찌가 말했다. 잃어버린 첫찌를 찾느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나와는 다르게 첫찌는 할미할배와 같이 마트 구경하고 같이 놀아서 오늘 하루가 좋은 기억으로 남았나 보다.
”응, 좋은 하루였어. “ 하고는 첫찌를 꼭 안아주었다.
‘널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사랑해 잘 자라고 말해줄 수 있어서. 머리를 쓰담쓰담하고 안아줄 수 있어서 좋은 밤이야’
세상의 모든 실종 아동들이 다시 엄마 아빠의 품으로 돌아오길, 서로가 서로를 꼭 안고 “잘 자, 사랑해.”라고 얘기할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하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