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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Dec 12. 2023

크리스마스 초콜릿 달력의 교훈

일상에서 행복 찾기

올해도 어김없이 12월 1일이 왔고, 그녀의 뜻깊은 선물도 때맞춰 도착했다. 연고 없는 타지에 와서 사귀게 된 동갑내기 친구는 해마다 딸아이에게 ‘크리스마스 초콜릿 달력’을 선물한다. 달력에는 12월 1일부터 24일까지의 숫자가 매겨진 창이 있고, 각각의 창 뒤에는 초콜릿이나 젤리 등의 작은 간식이나 장난감, 또는 재미있는 활동 미션이 숨겨져 있다. 이는 모두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며 기다리게 하는 카운트다운 수단이다.      


딸아이는 12월 1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초콜릿 달력을 향해 돌진한다. 자신의 하루를 빛내 줄 초콜릿에 대한 기대로 그녀의 눈은 어느 때보다도 반짝거린다. 내가 보기에는 반복적이고 비슷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그녀는 나와는 달리, 하루하루 초콜릿의 맛과 모양, 식감의 미묘한 차이를 찾아내고, 이를 열정적으로 설명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일상의 단순함을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어내는 그녀의 능력은 경이롭다.      

매일 딸아이가 뜯는 창 뒤의 작은 간식들은 사실 크게 다르지 않고, 심지어 예측 가능한 것들이다. 매년 받는 선물이라 딸아이가 이것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그 단조로움도 그녀의 감각을 무디게 하지는 못했다. 달력의 정점인 12월 24일이 가까워지더라도, 그녀의 기대는 시들거나 즐거움이 누그러지지 않는다. 그녀는 변함없는 열정으로 마지막까지 소박한 간식들을 소중한 추억으로 바꾸며, 매 순간을 음미한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내 인생에서 쉬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웅장하고 찾기 힘든 특별한 크리스마스만을 기다려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크리스마스에 이르기 전까지의 모든 날들의 소중함을 잊은 채, 무심코 흘려보냈던 것 같다. 부인할 수없이 크리스마스는 신나고 매력적인 날이지만, 날이 밝으면 크리스마스는 그 빛을 잃고 사라진다. 작은 초콜릿에 대한 기대에서 뿜어 나는 딸아이의 기쁨은, 거창하지 않은 일상의 순간들 속에서도 기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흥분된 얼굴로 조심스레 초콜릿 포장을 뜯는 딸아이의 모습을 통해, 기대는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라 행복으로 향하는 통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목적지가 아닌, 여행의 여정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법을 배웠다. 매일 기다리고 있는 작은 간식을 뜯는 소박한 순간을 기대하며, 그 기쁨을 온전히 느끼며 일상에 다가가야겠다.   

  

우리 삶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선물들로 가득 찬 초콜릿 달력과 비슷하다. 비슷해 보이지만 각각 저마다의 맛과 모양으로 음미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일상의 작고 하찮은 초콜릿들을 인식할 때, 삶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행복은 웅장하고 대단한 순간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단순함에 더 깊이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삶은 순간들의 집합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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