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온의 숲 <소녀의 눈물>

다섯 가지 기운의 이야기

by 유온의 숲
소녀의 눈물






유온의 숲에는,
작은 손으로 세상의 씨앗을 심고 가꾸는 소녀가 살았다.


소녀는 오랜 시간,
나무와 동물들이 나눠준 나무열매를 모아
흙에게 나누어주며,
열매들이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도록 애썼다.

그러던 어느 날, 나무열매가 소녀에게 말했다.


소녀야, 소녀야. 목이 너무 말라.
나에게 물을 조금 나눠 주겠니?


소녀는 대답했다.

목이 마르는구나. 그럼 내가 비님께 기도해 줄게.


소녀는 목이 마른 나무열매를 위해 하늘에 기도했다.

비님, 제 나무열매들이 물이 필요해요.
조금만 나눠 주시겠어요?


비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 물론이지.


그렇게 하늘은 촉촉한 빗방울을 내려
소녀의 나무열매들에게 선물해 주었다.


비가 그친 다음 날,
소녀는 다시 숲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작고 여린 새싹이 자라나 있었다.


새싹은 반짝이며 말했다.

소녀야, 소녀야.
나에게 따뜻한 온기를 나눠 준다면
나는 더 잘 자랄 수 있을 거야~


소녀는 대답했다.

그렇구나. 그럼 너를 위해 해님께 기도해 줄게.


소녀는 다시 하늘에 기도했다.

해님, 제 소중한 새싹들이
따뜻한 온기가 필요해요.
조금만 나눠 주시겠어요?


해님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물론이지.


햇살이 숲을 비추자,
새싹은 한 뼘 더 자라났고
소녀의 숲은 점점 푸르고 밝아졌다.

새들이 날아들고, 풀잎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소녀는 행복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그 모습을 본 숲 속의 어둠의 괴물은 불안해졌다.
소녀의 나무가 더 자라면,
세상이 너무 밝아져
자신이 머물 자리가 사라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괴물은 소녀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그 오래된 가지를 잘라내지 않으면
더 이상 크게 자라지 못할 거야.
내 말이 맞을걸? 그러니 도려내야 해!


소녀는 그 말이 옳다고 믿었다.
그래서 괴물이 시키는 대로
색이 바랜 가지 하나, 잎 하나를 잘라냈다.

하지만 괴물은 멈추지 않았다.

새로 돋아난 여린 싹들마저 잘라버리며 말했다.

이건 약해 보여.
더 잘라내야 더 강해질 거야!


싹둑, 싹둑—

여기저기 잘려나간 나무는
더 이상 잎을 틔우지 못했다.

결국 숲은 점점 어두워지고,
소녀의 나무는 빛을 잃어갔다.


소녀는 너무 슬퍼
기도조차 할 수 없었다.

해도 들지 않았고,

비도 내리지 않았다.

흙은 메말라 갔고,

새싹들은 시들어가며 속삭였다.

소녀야… 제발… 우리를 살려줘.
너무 아파… 제발 우리를 구해줘.


소녀는 괴물이 말한 ‘성장’이 진짜라면
왜 이렇게 춥고 슬픈 걸까,
왜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생각했다.

그 고통 속에서 소녀마저 나약해져 갔다.


죽어가는 새싹들을 바라보며

소녀는 매일 눈물을 흘렸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래된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속삭였다.

소녀야, 우리는 이제 나이가 들었어.
흙으로 돌아가 새싹들의 양분이 되어
또 다른 생명으로 태어나고 싶어.


그렇게 오래된 잎들은
굳이 잘라내지 않아도 스스로 땅으로 떨어져
흙 속에서 양분이 되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흙이 조용히 말했다.

소녀야, 네가 거둔 새싹들을
나에게 다시 심어줄래?


소녀는 힘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새싹들은 다 죽어버렸는걸…


흙은 부드럽게 속삭였다.

아니야. 네 온기와 사랑이 있다면
새싹들은 다시 자라날 수 있을 거야.
어서 나에게 심어줘.


소녀는 시든 새싹들을 모아
다시 땅속에 심었다.

그리고 비가 내리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어둠의 괴물이 하늘을 가려
비는 오지 않았다.


그때 흙이 다시 속삭였다.

괜찮아.
내가 예쁜 그릇을 빚어줄게.
그러니 너의 눈물을 나누어줄래?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껴 두었던 눈물을
넓은 그릇에 담아 흙에게 건넸다.

흙은 그 눈물을 품어 새 생명을 틔웠다.


그리고 잠시 후, 조용히—
작고 여린 새싹들이 고개를 들었다.


새싹들이 웃으며 말했다.

소녀야, 울지 마.
너의 온기로 꿋꿋하게 자라서
더 크고 멋진 나무가 되어줄게.


그 모습을 본 하늘은
소녀와 새싹에게
시원한 비와 따뜻한 햇살을 다시 선물해 주었다.


새싹들은 점점 자라 숲 속 깊은 곳까지 뻗어나가는 덩굴나무가 되었고,
그 뿌리는 어느새 땅속 깊이 단단히 자리 잡았다.


이제 어둠의 괴물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 곳에서,
소녀는 자신만의 속도로 조용히 나무를 키워갔다.


그렇게 소녀의 숲에는,
한 그루가 아닌 수십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모두,
소녀의 눈물과 온기로 자라난 생명이었다.



소녀의 눈물 그릇 / 그림 유온






유온의 숲 열두 번째 이야기와 다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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