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치
사회에서든 가족 안에서든,
누군가를 위해 원하는 말을 하고,
원하는 표정을 지을 때면
가끔 '나의 가치'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곤 한다.
나의 가치…
나는 이 세상에 어떤 가치로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타인의 시선을 전제로 둔
가치의 신기루를 쫓다 문득 생각을 정리한다.
'아, 나는 가치가 없는 게 가치구나.’
그렇다. 나는 가치가 없다.
누군가에게 정의되고 평가받아야 할
항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늘 자신을 '가치'라는 테두리 안에 가두고,
그 안에서 최선을 찾으려 했다.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해야만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은
늘 긴장 속에서 살아가며,
가치가 있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고 믿었기에
나의 어깨는 늘 무거웠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런 나를 내려놓고,
나 자체로 존재해도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후에야
비로소 어깨의 힘을 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낼 가치 하나쯤 품고 살지만,
그것이 인생 전반을 차지하지 않으며,
그 기준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무가치한 삶을 산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지극히 정상적인 정서적 반응이다.
그저 적당한 환경 아래 스스로 기준을 세우기도,
다시 자유롭게 놓아주기도 한다.
하지만 내게는 '노동력이 곧 나의 가치'라는 꼬리표가
과거로부터 늘 따라다녔다.
아이였음에도 어른의 일을 찾아야 했고,
어른을 흉내 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었다.
정작 다치고 있던 건 내 마음이었다.
어른이 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내가 만들어 놓은 가치라는 감옥에서
나를 꺼내 놓을 수 있었다.
아니, 실은 오래전 내려놓았어야 했던 것을
스스로가 붙잡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압박감이 가득한 환경을
견디느냐 마느냐로 삶이 결정되는 순간마다,
행복을 돌보는 것조차 가치 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오직 내가 해야 할 일과 나의 위치만을 쫓으며,
그렇게 스스로를 탓하거나 붕괴에 이르게 한다.
그 과정에서 분노와 억울함을 억누르며
'나'라는 위치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스스로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가식적인 웃음으로
내면에 가혹한 정서적 폭력을 저지른다.
이것은 절대 건강한 삶이 아니다.
한 인간의 존엄은 가치라는 울타리 안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 그 자체로 존재하기에 자연스레 생겨나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빈틈은 빈틈대로 소중한 것이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내 마음이 사랑하고 싶기에 하는 것이며,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도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나와 내 주변의 성장을 위해 하는 것이다.
삶을 지탱하는 세상의 존재하는 것들은
애초에 내게 무언가를 요구해 온 것들이 아니기에
그저 내가 주체가 되어 자유롭게 꾸려나가 주길 기다릴 뿐이다.
그렇게 무언가를 탓하는 마음에서 서서히 벗어나,
결국 스스로를 탓하던 것마저 자연스럽게 놓아줄 수 있게 된다.
상황을 회피하며 자신을 외면한 채
타인의 인정으로 가치를 증명받으려던 삶이 아닌,
나를 위해 하나씩 이루어가는 성취감을 느끼며
있는 그대로의 감정에서 마주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모습으로 나에게 돌아온다.
내가 받은 상실은 뱉어내고,
그 자리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충분히 채워 넣는다.
존재 자체를 수용하며 조건부 가치의 틀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희생자가 아니라 생존자로서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자신뿐이다.
인정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받아들이는 순간 생각보다 많은 것이 달라진다.
상처 뒤에 따라붙었던 수많은 존재의 조건들.
어쩌면 나는 그중 하나에 나를 가두고
스스로를 단정 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덕분에,
보지 못했던 나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가치.
그리고 그 이후.
나는 그다음의 삶을 생각한다.
유온의 숲 스무 번째 이야기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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