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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미 May 21. 2023

백종원의 프로젝트와 '나의 사적인 도시'의 상관관계

대중의 언어와 다양성에 관하여 


 최근 시작한 백종원 대표의 '예산 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는 여러 가지 논란을 만들어 내고는 있으나 이슈메이킹으로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 

예산에 있는 상설시장의 리뉴얼을 시작했고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아무리 백종원이라도..."vs "백종원이라면 가능할 수도?" 

기대와 우려 속에 나름 성공적이라 자평할 수 있는 기사들이 속속 보이기 시작했다.


출처:MBN '예산 시장 기적' 백종원 "공무원들 날 죽이고 싶을 것"


더 나아가 용인시장도 벤치마킹 차 예산군을 방문하고 나섰다. 재개장 한 달 새 23만 명이 방문했고 이른바 '핫플'이 되어 출렁다리를 비롯한 주요 관광지 방문객도 덩달아 증가하는 '낙수효과'를 누리고 있단다.

그의 퍼스널 브랜드가 입혀진 전통 시장은 날개를 달았다. 프로젝트가 비단 껍데기만 바꾸는 것은 아녔겠지만 단시간 내의 성과를 감안하면 전통시장이 가진 본질의 매력은 아무런 잘못이 없단 뜻이 된다.

"공무원들이 날 죽이고 싶을 것"이라고 말하는 백 대표의 따옴표를 언론들은 자극적으로 내세웠지만 그 말 이면엔 알맹이를 보여주는 방법,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대중의 언어를 알아야 한다는 그의 뼈 때리는 메시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 폐쇄적인 조직과 좁은 시야에서 기인한다.


나는 10여 년 전 방문했던 뉴욕이 떠올랐다. 그리고 박상미의 에세이 <아주 사적인 도시> 도 함께.

처음 뉴욕에 발을 디뎠을 때 받았던 문화적 충격이 앞으로의 10년을 바라보는 미적인 감각을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시대에 뉴욕은 이제 더 새로울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도시가 내뿜는 힘은 대단했다. 온갖 인종들이 섞여서 삶의 다양성을 뽐내고 스트리트와 애비뉴로 구획된 맨해튼 땅덩어리는 획일적이었지만 어디든 걸어서도 쉽게 닿을 수 있었다. 

빈과 부의 풍경도 한눈에 담겼다.


 

박상미 <나의 사적인 도시>



나에게 뉴욕이란 도시는 중요했다. 내가 태어난 도시가 아니라 내가 살기로 선택한 도시. 뉴욕은 나라는 개인에게 매우 사적인 은유였다. 내가 자라나며 불만을 품었던 중산층적 가치들의 전복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 안정과 위생과 효율보다 도전과 거침과 우회가 인정되는 곳. 불가능하게 치솟은 빌딩들처럼 위대함이 꿈꾸어지고 시도되는 장소로서의 은유.


대중의 언어란 무엇인가. 자칫 그 언어를 '쉽고 재미있는'으로만 해석하여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야 알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법. 나는 그 이유가 다양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사적인 도시'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모두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사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사적인 도시를 만드는 특유의 분위기와 공간의 변주.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할 수 있게 하는 오픈 마인드가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 느낌 (그러나 종종 인종차별 범죄가 일어나기도 함). 아무튼 절대 합의될 수 없는 다양성을 대중의 언어 '뉴욕'으로 선보였다. 


자본주의가 빛을 발하는 건 누군가의 이득과 공공서비스가 창조적으로 한 자리에서 만날 때이다.


또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공공서비스와 결합되는 모습들이 국내에서도 속속 보이고 있다.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랄지, 전기차 캠페인이랄지 이제는 '회복'이라는 사이클에 진입하는 모양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일부의 지적이 어젠다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인류가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역사가 쓰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뉴욕은 저에게 새로운 가치를 갖게 해 준 도시였습니다. 단순히 잘 먹고 잘 사는 삶이 아닌, 크레이지하고 위대한 일을 꿈꾸는 삶이 가능하다고 말이죠. 헬스케어 하나만 보아도 뉴욕은 중산층이 잘 살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거의 정글에 가까워요. 국가도, 제도도 돌봐주지 않는 약육강식의 정글.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한 곳이지만, 그 속에서 모두 삶에 허덕이는 듯하지만, 그렇다고 불행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건 미스터리인데, 그건 아무래도 뉴욕이 세계최고의 이방인의 도시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출신 성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해방감은 꼭 추상적이거나 낭만적인 감정이 아닌, 매우 현실적인 동력이 아닐까 싶어요. 결국 이방인이어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야성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들이 뉴욕에서 살아남는 것 같습니다.
(2019년 작가 인터뷰: 에디터 김혜원)


지금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윌리엄스버그 등 아랫지방 특유의 분위기가 퇴색되었다며 우려의 목소리들이 간혹 들린다. 하지만 아직 뉴욕 본래의 다채로움과 역동성은 그대로다. 빌딩숲과 센트럴파크의 조화, 모마와 지하철역의 예술가들은 여전했다.


백종원 대표도 예산시장의 부흥으로 나타난 젠트리피케이션을 언급했다. "지역을 살리려면 주민들의 양보와 헌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찬물 담긴 욕조에 뜨거운 물을 틀면 그 온기가 서서히 퍼져나가 전체가 고루 따뜻해지듯, 예산을 살리려면 주민들이 합심해 허리를 졸라매야 한다는 것이다. 관광객 몰려올 때 한몫 잡는다고 숙박비 올리고 음식값 올리면 인기는 오래 못 간다"라며 주민들의 협조를 요구했다.


대중의 언어는 시시각각 바뀌면서도 시대를 관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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