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관계

SNS라는 중간 지대 활용법

by 황교진




SNS를 자주 하다 보면 나는 분명히
귀한 친구라고 생각하는데
어느 날 그쪽에서 어떤 판단을 하셨는지
끊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때가 있다.
아주 드문 경우지만 어떤 오해로 차단당한 경우도 있었다.

일상에서 존귀하게 대우받는 일보다
뜻밖의 수치와 수모를 접하거나
갑작스러운 오해에 부딪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일을 통해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 것을 자각하고
또 자존감의 근원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성숙의 발판이 되니
수치와 수모를 조금은 감사히 여길 정도는 되었다.


가끔 샤워하다가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
씨~ 씨~ 하는 일이 있다.
나는 왜 머리로 물이 떨어질 때 괴로웠던 장면이 떠오르는지...


이전에는 페이스북 친구이던 상대방이
어떠한 연유에서인지 친구 끊고 가신 것에 개의치 않는다.
SNS의 본질은 느슨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스탠퍼드 대학교 사회학 교수인
마크 그라노베터(Mark Granovetter)는 1973년에
<The Strength of Weak Ties>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의 SNS 열풍을 정확하게 예측한 듯
이 논문에서 사람들이 맺는 관계망의 성격에 주목하여
유대감이 약한 느슨한 관계에서 중요한 정보나 기회를 얻는다고 했다.
1970년대 당시는 더했겠지만 지금도
아주 친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삶의 구체적인 도움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실상은 그 반대라는 것이다.


다양한 다수와의 느슨한 관계(1번)와
소수와의 긴밀한 관계(2번)을 비교하면 이렇다.


1번은 관계의 범위가 넓고,
2번은 협소하다.


1번의 유대감은 약하여 맺고 끊는 것이 용이하고,
2번은 강한 유대감이 작용해 맺고 끊음이 어렵다.


1번은 정보 양이 많고 다양성을 볼 수 있고,
2번은 정보의 질적인 면이 우수하고, 유사한 정보의 중복을 접한다.


1번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2번은 협업이 용이하다.


이러한 특징 속에 1번 즉, 느슨한 관계에서 혁신이 일어난다.
이 느슨한 관계의 유익이 더 주목받게 된 데 페이스북의 역할이 크다.
많은 기업이 이 관계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는 전략을 짠다.


이런 페이스북의 본질적 특성이
느슨한 관계인 것을 인정한다면
페친이 느는 것에 신중해야 하고,
페친이 끊기는 것에 감정의 대미지를 입을 필요가 없다.
느슨함 속에서 이야기하고 넘어가고 다른 이야기를 또 꺼낸다.
SNS 공간은 사적 공간도 공적 공간도 아닌 중간 지대이다.


내게 느슨한 관계에 있는 분들 속에
몇몇 분은 긴밀한 관계로 들어와 계신다.
그분들도 처음엔 느슨한 관계였다가 실제 만남을 통해
십년지기처럼 긴밀한 관계가 되었다.
페이스북의 유익이 여기에 있다.


느슨함의 장점을 인정한다면
페친 끊어지는 것 정도는 가볍게 여기고 넘길 수 있다.
그런데 끊고 나가신 분이 다시 페친 신청해 들어올 때
넉넉하게 받아줄 마음이 있는가?
그건 잘 모르겠다.
개인적인 메시지라도 보내주어 왜 끊었는지에 대한 설명과
다시 페친을 맺고 싶은 마음을 조금이라도 보여주어야
재 수락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내 포용력의 한계가 여기까지이기도 하고,
내가 규정한 페이스북의 느슨한 성격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느슨한 관계의 많은 분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SNS에서
누군가를 좀 더 배려하고
옳지 않은 것을 바로잡고
소외된 사람을 품어주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보다는 부드러운 태도로 제안하는 훈훈한 바람이
세상을 좀 따뜻하게 변화시켜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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