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교진 Nov 19. 2020

[낳은 책] 상실의 위로(이세은 저)

고통의 심연에서 위로를 건지기까지

김돈영 사진



내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일어난 일인 줄 조금도 몰랐다. 

교회에서 만난 저자는 늘 밝았고 당찼고 열심이었다. 둘째를 입양해서 사랑스럽게 잘 키우기도 했다. 

그런데 자신이 쓴 글을 좀 봐 달라며 이 원고를 건네주었을 때 깜짝 놀랐다. 동생이 극단적 선택을 했고, 그 시기에 나는 전혀 모른 채 지나쳐 왔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원고를 읽다가 몇 번을 울컥했다. 

세심한 감성으로 동생을 그리워하며 써 내려간 일기에는 여러 권의 책을 만들면서 느끼지 못한 깊은 슬픔이 가득 베여 있었다. 장기간 어머니 간호해 온 내 아픔과 겹쳐서 마음이 몹시 아팠다. 짧은 분량이었는데도 쉽게 편집할 수 없을 만큼.


이 책을 막 배본하기 시작했을 때 가수 설리가 떠났다. 그리고 브런치에 내가 만든 책을 한 권씩 올리고 있는 지금은 개그우먼 박지선이 떠난 지 며칠 지난 시기다. 고통을 견디고 살아내는 게 힘든 시절이다. 생존하기 힘든 가난의 문제가 아니어도. 


주변에 존재하는 많은 유가족을 위로하고 싶었고, 유가족만큼이나 힘든 상실감을 떠안고 사는 이들의 손을 잡아 주고 싶었고,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이 책으로.


이 책의 일러스트 작가로 섭외한 분은 처음으로 북 일러스트를 작업을 했다. 콘셉트 회의를 하는 중에 조심스럽게 밝혔다. 자신의 동생이 사고로 떠나간 후 괴로운 마음을 삭이려고 독일 유학을 떠나 7년간 그림을 공부했다는 것이다. 일부러 그런 공감대의 작가를 찾아다닌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원고와 연결점을 지닌 일러스트레이터를 만나게 됐을까. 원고와 아주 잘 어울리는 멋진 일러스트를 그려 주었다.



김수진 그림





지금은 꺼낼 수 있고, 그때는 꺼낼 수 없던 상실의 고통


10년 전 봄, 갑자기 동생이 세상을 떠났다. 불과 며칠 전에도 함께 떠들던 동생이 자살로 생을 마무리했다. 동생의 마지막 전화에도 극단적 선택을 하리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다. 장례식에서 동생의 사망 이유를 안 고향 교회에서는 그 이유 때문에 장례 집전을 해주지 않았다. 자살하면 지옥 간다는 생각은 몹시도 괴롭혔다. 동생을 잃은 슬픔은 그 무엇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유가족이 된 언니는 동생을 차분히 돌아본다. 그녀의 사랑스러웠던 모습, 다투며 자란 추억, 중국 선교사가 되려고 애쓰던 신실한 모습, 서로 비교하며 핀잔과 무시도 주고받은 기억 등. 떠난 사람이 남긴 흔적은 깊은 고통과 슬픔의 얼룩뿐이다. 꺼내지 못하고 말할 수 없던 동생의 일을 기록해 갔다. 살아남은 가족의 고통을 견디며 떠나간 동생에 대한 미안함, 그리움, 원망, 서러움, 위로받지 못하는 슬픔을 고스란히 덤덤하게 담아냈다. 아무에게도 할 수 없던 이야기를 《상실의 위로》라는 책으로 서술한다. 자살과 같은 극심한 고통을 겪은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그리고 자살의 고립감을 견디며 겨우 살아가는 많은 아픈 사람들을 위해.



우울과 자살의 시대를 견디며 사는 사람들을 위한 감성 에세이


주변에 흔히 있지만 숨어 있는 이야기, 하지만 더는 숨기지 말고 함께 위로해야 할 주제가 자살의 아픔과 자살의 심정을 겪는 이야기다. 깊은 우울의 전조가 있더라도 1인 가구 시대가 많은 요즘 숨겨 놓으면 가족조차 예후를 알기가 쉽지 않다. 우울의 시대, 홀로 견디는 시대를 살아가며 갑자기 삶의 에너지가 사라지고 생의 의욕이 뚝 끊기기도 한다. 열심히 종교생활을 한다고 해서 자살 생각이 사라지거나 우울증이 항상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함께 공감해 주고 울어줄 수 있는 친구를 가졌는가,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갑자기 떠난 동생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며 견뎌낸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채로 겨우 견디며 사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고 함께 울어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먼저 아파본 사람이 지금 아픈 사람들에게 드리는 위로의 눈물 같은 책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같은 편에게 겪는 상처가 훨씬 아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