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장애인의 날, 단상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를 신경쓸 수록 선진국이다

by 황교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꿀 먹은 벙어리" 같은 말이 시각장애인, 언어장애인의 인권을 무시하는 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있다. 말 한마디에도 장애인의 마음을 생각하는 것이 모두가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게 한다.

내가 대학 4학년 말까지 멀쩡한 모습으로 곁에 계시던 어머니는 갑자기 전신마비의 의식불명 환자가 되어 장애 1급 판정을 받으셨다. 의학적으로는 사망과 다름없는 상태다. 나는 장애 1급의 어머니께 청춘과 중년의 시간, 그리고 헤아리기 어려운 많은 재정을 쏟아부어 왔다. 그러면서 멀쩡한 나는 꼭 장애 1급이란 자의식으로 살고 있다.

첫 직장에서 2008년도에 우수사원에 선발돼 뉴질랜드, 호주 2주 연수 기회를 얻었다. 어머니 병간호를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 병원에 방문해서 해야 하던 때여서 신혼여행을 2박 3일 제주도로 다녀온 것 외에 멀리 외박해 본 적이 없었기에 사정을 말씀드리고 연수를 포기했다. 당시 사장님은 내 사정을 잘 아셔서 그 연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월급에 분납해 얹어 주셨다. 나는 해외여행에 결격사유가 있는 장애인의 모습으로 사회생활을 해왔다.

그래서인지 장애인들의 이동권, 인권에 대해 민감하다. 그들의 고통이 나의 고통처럼 느껴지고, 사회 약자들, 세월호 유가족들의 슬픔, 아픔이 쉽게 전이된다. 책을 만들 때도 약자를 위한 책, 작은 교회를 위한 책, 가난한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책에 기획 초점을 맞춘다. 돈을 거의 못 벌었다. 벌어도 거의 병원비로 지출하면 생활비에 타격이 컸다. 그런데도 감사하게도 2달 이상 병원비가 밀려본 적 없다. 출판 일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두 아들 키우고 살아온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2015년에 중증 난치성 연명치료에 대한 병원비의 도움을 받고자 의료보험공단에 문의해 답변을 받은 적 있다. 의료비 초과 상환금이 발생하면 입금해 줄 테니 필요한 서류를 보내라는 것이다. 내용을 살펴보니 내가 받을 수 있는 상환금은 거의 제로였다. 왜냐하면 간병비가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데 그 항목에 간병비는 들어가지 않고 본인부담의료비만 해당됐다. 이게 얼마나 생색용인지 경험한 사람만 안다. 장기 환자를 돌보면서 본인부담의료비는 상한선을 넘기 힘들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 전에는 연간 300만 원 초과 시 상환금을 산정하겠다는 기준을 500만 원으로 조정했다. 즉 개인이 자기 주머니 돈을 더 지불하라는 뜻이다. 나는 1년에 천만 원이 넘는 비용을 어머니 병원비로 지출한다. 내 책과 그간의 히스토리를 알고 계신 병원장님이 투약비용과 종이기저귀 값을 배려해 주셔서 이 정도 선에 머무른 것이다. 이중에 본인부담금 항목은 퍼센티지가 적어 환급금을 받아도 어쩌다 몇 천 원 정도의 미미한 금액이다.
장애인들, 장기 환자가 있는 가족들은 생계를 위해 더 고민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는 그렇게 약자들을 위한 배려를 줄여가면서 정부 예산을 만들어 어디에 쓰려는지 모르겠다. 물론 결국 그 정부는 제대로 통치를 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져 탄했됐지만 말이다.


장애인의 날에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에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너무나 조용한 하루다. 이전에 세워 놓은 기준도 더 높은 문턱으로 만들어 버리던 박근혜 정부를 탈피하는 새 정부의 정책에 거는 기대가 크다.

문재인 케어를 기대하는 많은 사회 약자들이 있다. 선발표 후조치보다는 조금 더 관련자들과 사전 협의를 깊이 했으면 하고, 초기 실행 계획의 디테일을 주문하고 싶다. 간병비 항목이 복지 예산으로 잡히고, 식물 상태의 뇌질환 환자, 장기 투석 환자들에게 의료비 혜택이 주어지는 날이 온다면 대한민국은 환골탈태하는 날이다. 의료계와 정부의 이해관계가 달라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예수님이 이 땅에 다시 오시는 날이 얼른 오기를 기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만큼 자주 실망하고 기대 자체를 접으며 견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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