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 엄마 미안해(마쓰우라 신야, KMAC)

내 멋대로 살던 나, 치매 엄마를 돌보다

by 황교진

오늘 예배 마치고 발가락프로젝트 이길승 밴드 공연을 보러 홍대로 왔다. 시간이 두 시간 여 남아 영풍문고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 매대의 잘 보이는 곳에서 눈에 띈 책 <엄마 미안해>.


일본 작가 마쓰우라 신야의 논픽션 에세이다.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이고, 치매 어머니를 간병한 아들의 글이라는 점에서 어머니에 관한 책을 준비하고 치매와 뇌질환 가족을 도우려는 내 일과 연관성이 깊었다. 과학에 대한 글을 쓰는 50대 독신남이 어머니를 돌보는 이야기가 시간 순으로 배열돼 있다. 간결하고 논리적이다. 영문학을 전공한 인텔리였던 어머니가 80세 들어 치매가 시작되고 50대 초반인 아들은 동생들이 있지만 도움을 받지 못하고 혼자서 간병한다.


우리나라처럼 일본도 치매 환자 자신은 초기 치매의 판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식들도 건망증이라고 생각하고 치매 초기의 중요한 치료 시기를 놓친다. 사고를 치고 넘어져 탈골되고 점점 인지 기능뿐만 아니라 운동기능도 저하되는 과정 속에서 저자는 죄책감과 짜증의 스트레스를 한계치까지 겪어 간다. 2년 반의 간병 시간은 결국 스트레스의 극한을 경험하며 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일까지 벌인다.


스스로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한 순간부터 저자는 공적간병제도의 도움을 받는다. 일본은 7단계의 간병 프로그램이 있다. 간병살인, 간병자살의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도록 세부적으로 간병 제공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지역포괄지원센터, 케어매니저, 헬퍼, 데이서비스, 단기스테이 등의 다양한 시설, 간병용품 임대 사업, 특별노인요양원이나 그룹 홈 등의 입주형 시설, 그리고 그것들을 지원하는 공적간병제도, 이런 것들이 없다면 고령자 간병은 어렵다. "자녀가, 가족이 최선을 다한다면 된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저자가 경험한 일들 중에 나와 겹치는 일도 있지만, 극단적으로 어머니 뺨을 때린 일(분노의 감정을 쏟아내는 어머니의 막말에 분을 참지 못하고 계속 손바닥으로 뺨을 때리다가 정신을 차린다)은 스트레스의 행위로는 좀 지나쳤다. 그전에 공적간병제도의 도움을 받았어야 했다. 시스템이 있는데도 더 감당해 보려는 마음은 죄악감만 남겼다.


저자는 어머니를 사랑하고 더 간병해 보려고 힘을 다했다. 일본 전역에 준 감동이 책에 담겨 있다. 그의 조언에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인사이트가 있다. 노인 인구는 계속 늘어가고 출산율 감소로 젊은 층은 줄어드는 사회에서 계층을 구분하고 적대감을 주는 구도로 문제의 원인을 찾기보다(일본도 정치인 중에 노인 때문에 청춘들의 짐이 무겁고 고통이 크다는 식으로, 청춘의 고통 원인이 노인이라는 식으로 말한 이가 있다고 한다) 건강한 수명을 늘리기 위해 사회 전반적으로 함께 애쓰고 이해하는 공동체 정신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한다. 누구나 노인이 되고 치매에 걸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80세 이상 세 명 중의 한 명, 65세 이상 열 명 중 한 명이라는 치매 유병율을 기록한다. 우리 가족의 일이고 각자도생으로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분리시키고 고립시킬 수 없는 고령 사회의 과제이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20년을 견뎌왔을까? 사회보장제도, 고통분담시스템, 공적간병제도 등이 없던 1997년 그 겨울부터...
신앙의 힘이었고 교회 공동체의 사랑이 나를 버티게 했다. 어머니의 존재가 마지막까지 존엄성을 가지고 있게 해드리고 싶었다. 그 세월은 특별한 이야기가 되어 청춘 시기의 8년은 책으로, 20년 전체는 강연으로 전달하고 있다.


결코 잘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엄마 미안해>의 저자처럼 고통스러웠고 답답했고 극도의 스트레스가 수시로 덤벼왔다. 큐티를 했고 매일 운동을 했다. 그리고 글을 썼다. 감수성은 계속 깊은 상태였다. 사소한 일에 가슴이 무너지기도 했고, 설레기도 했다.


선진국형 사회보장제도라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작되자마자 신청해서 1등급을 받았지만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실망뿐이었다.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환자는 예나 지금이나 건강보험뿐이다. 출판편집자의 적은 월급으로 빚을 계속 지면서 병원비를 감당하면서 가정을 돌보았다. 가장 고통스러운 간병을 몸으로 마음으로 열정으로 커버했다.


어머니 하늘의 부르심을 받던 날 많이 울었고 안도했다. 좁은 병상에서 20년을 계신 그 마지막 세월을 끝내신 것을 다행으로 받아들였다. <엄마 미안해>의 제목과 달리 내겐 <엄마 사랑해>로 말하고 싶다. 존엄성, 인격이 있는 엄마로 끝까지 손잡아 드린 그 세월 이후 나는 홀가분하게 살지 못했다. 삶은 어머니가 곁에 계실 때나 하늘에 계신 지금이나 녹록지 않다. 살아가는 일들 하나하나가 후련할 수 없고 가볍지 않다. 그저 지금도 하루하루 살아간다. 오늘도 무사히, 라며.


곧 어머니 발병하신 날인 11월 27일이 돌아온다.
그날은 지금 내 나이보다 한 살 많으셨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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