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읽어버린 나, 무얼 알고 보고 있는 걸까
'은미'는 소설에서 치매에 걸린 주인공의 아내 이름이다.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시선에 따라 은미가 실존하는 아내인지 계속 추리하게 된다. 미스터리물로 치매라는 질환의 병증을 작가는 소설로 녹여냈다.
마치 영화 <노트북>의 스토리 얼개가 떠오를 만큼 흥미롭고 끝까지 관심을 놓지 않게 한다. 주인공 나의 눈으로 보는 착한 돌봄의 보호자인 '은미'는 누구일까? 아내가 맞을까? 그리고 치매가 시작되고 점차 심해지면 내 주변은 어떻게 달라질까? 김영하의 장르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처럼 <은미>도 영화 혹은 웹툰으로 구성해도 될 만큼 걸작이다.
치매는 고통스러운 질환이지만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노화의 단계가 됐다. 우리 가정 안에서 이미 겪은 분도 많을 것이고 앞으로 당사자나 보호자로 경험하거나 겪게 될 것이다.
문학으로서 치매를 생각해 볼 만한 이 소설은 디멘시아뉴스가 주관한 디멘시아문학상에서 소설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BPSD라고 하는 치매 행동심리증상이 소설 안에 흥미롭게 들어 있다. 어둡고 침침하기보다 추리하며 읽으면서 치매 증상을 이해하게 된다. 작가의 상상력, 플롯 전개 능력과 치매에 대한 여러 자료 연구를 토대로 치매 환자의 존엄성을 성찰하고 내 가정 안에 벌어지는 일로 간접 체험해서 읽을 수 있는 소설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