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 책이 되기까지 3
실장님은 제가 8년째 식물인간 상태의 어머니를 간호만 하는 힘든 삶을 사는데도 글이 경쾌하고 재밌고 밝다고 평해 주셨습니다. 예전에 쓴 글 중에는 아프고 힘들고 괴로운 마음을 담은 곳도 함께 볼 수 있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책으로 엮어질 수 있을지 동료와 얘기 나누며 좋은 평을 얻었다고 얘기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무수히 가정이 깨지고, 많이 아프면 등 돌리게 되는 현실에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찾다가 저를 발견하게 되어서 감사하다는 얘기도 해주셨습니다.
교회 바울청년회 소그룹을 인도하며 김영사와 같은 이름 있는 출판사에서 책을 내어 많은 사람에게 다가설 수 있는 글이 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기도제목으로 나눈 적이 있는데, 그것이 꼭 이루어지리라고는 저 자신도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 눈앞에서 너무나 순조롭게 길이 열리고 있다니...
실장님은 제가 출간 의뢰한 내용 중에 '휴머니즘에 무게가 실리기보다는 믿음에 힘이 실리는 삶의 간증이 되어 아프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는 책이 되길 소원합니다'라고 반영시켜 달라는 부분에 대해서 성경을 해석한 내용 등, 일반 독자들에게 너무 강하게 보일 수 있는 부분은 어렵지만, 하나님이란 단어를 다 빼거나 신앙적인 내용을 무조건 편집하진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당시 김영사는 기독교 브랜드 '포이에마'를 론칭하기 훨씬 전이었고, 순수 기독교 저자로는 제가 처음이었습니다. 앞서 출간된 <예수와 함께한 저녁 식사>는 번역서이고 <감자탕교회 이야기>는 자기계발 작가가 소개한 광염교회 이야기였고요.)
그리고 진행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김영사' 이름으로 출간되기 때문에 크게 대박 날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얘기에 제가 원하는 바가 바로 그거라고 대답했습니다. 하나님을 빼면 엔진 없는 자동차와도 같은 제 글이 넌크리스천 독자들에게 깊숙하게 다가서고, 상업적으로 많이 팔리는 쪽으로 집중하기보다는 진행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주님께 맡겨드리는 것이 저와 독자들에게 거부감이 없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고요. 제가 먼저 간절히 부탁하거나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출간 의도가 출판에 잘 반영될 수 있게 되어 더욱 기쁘고 신이 났습니다. 분명히 독자들은 제가 아픈 마음을 정리하며 의지를 가지고 다짐하는 글들 속에서 사람의 힘만으론 불가능한, 하나님이 함께하시기 때문에 씩씩하게 이겨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첫 만남이라 바로 계약서를 쓰면 실례가 될까 하여 준비해 오지 않으셨다는 실장님과 웃으면서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김영사에 보통 하루 30건 이상의 출간 의뢰 메일이 도착하는데 그중에 98% 이상은 반려되는 상황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2% 내에 제 글이 채택되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사지선다 객관식 시험에서 2개는 분명히 아닌데, 나머지 2개 중에 50% 확률로 찍으면 꼭 오답을 찍곤 했던 제가 어떻게 2% 내의 희박한 난관을 뚫을 수 있었을까요? 불행한 느낌과 싸워오며 하루하루를 살아온 저는 50%를 거의 0%로 맞히는 불운아였지만, 사실 아주 어려운 확률에서는 행운의 울타리에 들어가는 사람이기도 하단 것을 목도했습니다.
실장님이 평소에 꼭 내고 싶었던 책을 낼 수 있도록 제가 김영사에 의뢰해 주어 감사하단 인사를 전해 주셨습니다. 홈페이지 손님들에게 반응이 좋았던 글 목록을 뽑아달라는 숙제를 안고 출판사를 나왔습니다. 하나하나 세심하게 개입하셔서 저를 사용하시는 하나님을 느끼며 감사했고, 이제 확정된 책 출판의 기쁨을 다시 목사님과 가족들, 친구들과 나눴습니다. 오랫동안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신 목사님이 자신에게 큰 위로가 된다는 말씀을 들려주시는데 감사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니 마음껏 기뻐하고 즐겁게 출간 준비를 하라는 격려를 받으며 가회동을 나와 인사동과 종로로 이어지는 해지는 저녁거리를 편안하게 산책했습니다. 집에서 병간호할 때 낮에 잠시 나와서 사람들 만나고 6시 전에 얼른 집으로 돌아가서 야간 간호를 할 때는 느낄 수 없던 평강과 여유를 마음껏 누렸습니다.
집에 돌아와 새벽과 아침까지 그동안 써온 모든 글을 검토했습니다. 책 출판의 생각이 없던 초창기에 쓴 글들은 다시 보기에 너무 엉망이었습니다. 수식어의 선택과 문장의 순서와 위치 등 형편없는 부분들이 여러 모양으로 눈에 톡톡 들어와서 민망한 마음도 들었지만 이미 출판의 길로 선택된 상황이니, 잘 다듬어서 내보내자는 마음으로 눈에 보이는 것들 수정하며 목록을 뽑았습니다. 참 감사한 것은 제가 이지선 자매를 위해 주바라기 홈에 올린 글들이 지금의 상황에서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선이와 주바라기 홈에 들어오는 다양한 손님들의 반응이 있었고, 글모음 방에서 한 번씩 새로 다듬어 정리했기 때문에 목록을 뽑기 쉬웠으며 간단한 코멘트를 달아서 출판사에 보내기가 편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애썼던 시간이 결국은 나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서 역사하는 진리란 것을 깨우쳐 준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오전 내내 많은 글들을 검토하고 출판사에서 참고할 만한 목록을 정리하던 중에 뜻밖의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