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 책이 되기까지 4
"안녕하십니까? 김영사 편집부입니다. 아쉽게도 선생님의 원고는 저희 출판사에서 출간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저희 김영사는 아시다시피 대중 출판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간병일기, 신앙고백, 시, 에세이 등을 다루셨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기독교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희 출판사에서 <감자탕교회 이야기>며 <파이프 행복론>의 책을 내기는 했으나, <감자탕>의 경우 저자가 리더십 전문가여서 가능한 한 리더십 전문가의 관점에서 저술했고, <파이프 행복론>은 그 교회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씀드리며, 이번이 아니더라도 다음 기회에 또 다른 원고로 만나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원고를 정리하던 중 어제(5월 13일) 만난 실장님이 아닌, 다른 편집부원님으로부터 받은 메일에 잠시 멍해지는 기분이 들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사실 처음 메일을 보내고 이와 같은 답장이 오리라고 예상했습니다. 언론에 노출된 유명인도 아니고, 사람들이 알아주는 전문가도 아닌 제가 김영사의 작가가 된다는 꿈은 현실적으로 야무진 계획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맞는 설명이며 당연한 내용의 메일을 받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휘감았습니다.
'어제 내가 방문한 뒤 다른 변수가 생긴 걸까? 실장님이 내게 직접 전달하기 미안해서 다른 편집부원을 통해 메일을 주신 걸까?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 내 글들이 왜 지금 안 되는 쪽으로 결정이 된 거지? 내가 어제 첫 미팅에서 기독교적으로 강하게 얘기한 부분이 문제가 되어 편집 회의에서 반려된 건가?'
좀 유연하게 얘기할 걸 하는 후회마저 드는 속마음을 보며 책 출판에 대해 강하게 집착하고 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의존하는 삶이 아니라 저 개인의 영광과 편안한 삶과 명예를 바라보는 마음이 앞서 있지 않은지 점검해 보았습니다. 마음이 파르르 떨리는 가운데, 난 역시 안 되는 거였구나, 이런 어려운 일이 어떻게 내게 성사될 수 있는 걸까, 잠시 꿈을 꾸었구나 하는 비극적 시나리오가 그려져 실장님께 한 번 확인 전화를 드려보기로 했습니다. 만약 반려된 것이 확인된다면 어떻게 마음을 정리하고 위로를 얻어야 할지 암담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통화가 연결된 실장님은 제 전화를 받고 다시 연락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잠시 후 전화가 오기까지 5분 여의 정적 동안 제 속의 믿음 없음을 깊이 돌아보았습니다. 가까이 계신 하나님을 멀리 계신 분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캄캄한 마음을 추스르고 있을 때 실장님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제가 확인해 보니까요. 황교진 씨 출간 의뢰 메일이 처리가 안 된 것인 줄 알고, 다른 편집부원의 착오가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된 일인지 아시겠죠?(웃음) 황교진 씨 글은 제가 진행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네, 그랬군요. 감사합니다."
실장님이 진행하고 있다는 확답을 듣고 전화를 끊는 순간,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목이 멨습니다.
"교진아, 너의 책은 내가 직접 진행하고 있단다. 겸손하게 나를 의지해라. 네가 보낸 메일이 다른 편집부원들에게 가서 처리되었다면 출판이 안 될 수 있었단 사실을 기억해라. 내가 너를 돕고 있단다."
얼굴 숙이고 많이 울었습니다.
'김영사에서 나를 알아봐 주는구나. 역시~! 내가 그 출판사의 작가가 될 만한 사람이었구나' 하는 교만이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겸손하게 이 과정을 걷도록 하는 하나님의 섭리가 놀랍고도 부끄러웠습니다. 작고 미천한 저에게 오셔서 세심하게 일하시는 그분의 모습이 눈으로 보이고 손으로 만져져 아무런 자격 없고 부족한 믿음 때문에 울었습니다.
금요 예배에 나가 기도 시간에 베드로가 처음 예수님을 만나서, 빈 그물에 고기를 가득 잡은 그때처럼 기도드렸습니다.
"저는 죄인입니다."
그리고 베드로와 다르게 기도드렸습니다.
"주님 저를 떠나지 마소서!"
출간이 안 되는 쪽으로 결정이 났다면, 상심한 마음을 예배와 기도를 통해 회복해 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책 출판의 꿈은 제가 앞으로 다른 일들로 유명해지거나 존경받을 만한 어떤 타이틀을 얻기 전까지 포기했을지 모릅니다. 이번 일로 깨달은 것은 가난한 자에게 복을 주시고, 힘없는 자에게 도움을 주시는 하나님이 관념 속에서 마음만 위로하는 분이 아니라 실제로 저처럼 빈약한 사람을 택하여 세상 가운데 바로 세우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기독교 출판사뿐만 아니라 일반 출판사도 주관하시고, 자신의 자녀와 많은 사람을 회복시키는 도구로 쓰임 받기 원하는 이들을 사용하시는 분입니다.
저를 깨우쳐 준 그 반려 메일을 보내 준 편집부 분에게 감사하면서, 제가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절대로 김영사 작가가 된다는 식의 인간적인 자랑을 늘어놓지 말고, 바른 믿음의 성도로 낮은 자세를 유지해야 함을 더욱 다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