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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D Aslan Jul 24. 2020

전공의 일기.

4-5화

'고혈압, 당뇨, 만성 신장질환, 대동맥 판막 역류 coa-battery(환자의 혈액응고 상태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지표) abnormal(비정상), anemia(빈혈) 준비할게 많다. incision(절개)은 정중 절개, 림프절 박리도 해야겠고, 수술시간은 3시간 이상 걸리겠네. ICU(중환자실)도 arrange(요청)해야겠어.' 


 수술 이틀 전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면서, 동의서를 출력했다. 일반적인 위험도를 갖는 환자들은 보통 하루전날 입원하여 다음날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환자는 기저질환으로 수술 중, 수술 후 위험도가 다른 환자들보다 매우 높았기 때문에 미리 입원을 한 것이다. 대학병원 내지 3차 병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중증도가 높은 환자군이 모여들기 때문에 수술 전에 수술과 관련된 위험도를 해당과에 협의진료 요청하여 파악해야 한다. 환자의 만성 신장질환으로 신장내과에서는 수술 전 투석을 시행하고, 수술 이후에는 중환자실로 입실하여 CRRT(Continuous renal replacement therapy, 지속적 신장 대치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답변을 받은 상태였고, 심장내과에서는 대동맥 역류 및 심부전에 대한 우려로, volume overload(수액을 과다투여)를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러한 답변을 취합하여 마취과에서는 환자의 위험도를 파악하여, 수술 이후 일반적인 회복실로 퇴실할지, 중환자실로의 퇴실이 필요할지를 결정한다. 이과정에서 중환자실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수술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일이 생긴다. 수술을 위해 입원을 했는데 중환자실이 없어 수술을 못한다는 소식을 들은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굉장히 당혹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환자실은 이미 환자들로 메워져 있기 때문에 미리 확보를 하고 수술을 진행하기는 어려운 것이고, 그날그날 비워진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병원 내 모든 과들이 전쟁한다.  


"환자분 내일모레있을 수술에 대해 설명드리러 왔습니다. 지금 괜찮으세요?"

"네"

보호자가 대답했다. 환자는 청장을 보고 누워있는 상태였지만, 내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힘드시겠지만, 이리 가까이 오셔요. 본인이 받으실 수술에 대해 설명을 들으셔야죠." 

환자는 마지못해,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 자세를 고쳐 잡았다.  


"환자분의 정식 수술 명칭은 근치적 신장 절제술 및 림프절 절제술입니다. 수술은 개복으로 진행될 예정이에요. 어느 쪽 수술하는 것으로 알고 계신지요?"

"그걸 네가 알아야지 나한테 왜 물어?" 

환자가 쏘아붙였다. 

"제가 몰라서 묻는 게 아니에요, 환자분이 알고 계신 정보와 제가 갖고 있는 정보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절차예요"

"몰라" 


나는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다.  

"우측이세요. 전에도 설명드렸듯이, 우측 신장에 15cm 이상되는 커다란 종괴가 있었어, 내일 수술로 제거하려는 겁니다. 현재 앓고 계시는 병이 고혈압, 당뇨, 만성 신장질환, 대동맥 부전이네요. 그밖에 저한테 알려주실 정보가 있나요?"

"없어 그게 다야"


"네. 수술은 교수님이 하실 거고, 집도의 변경 가능성은 없습니다. 절개 부위를 설명드릴게요. 일반적인 절개는 우측 옆구리 쪽으로 30cm 정도 절개를 하게 되지만, 환자분의 경우에는 종양의 위치가 좋지 않고, 주변 림프절 절제를 상당히 많이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배꼽을 둘러서 배 정중앙에 45cm 이상을 절개할 예정이에요"

"......"

"배를 절개하고 나면, 신장 앞쪽에 위치한 장과 간을 정리하고, 우측 신장을 절제합니다. 이 과정에서 출혈이 심할 수 있고, 이럴 경우에는 수혈을 할 수 있습니다. 무사히 신장의 적출이 끝나고 나면, 지혈 과정을 거쳐 봉합을 하게 되고, 마취에서 깨어난 뒤 중환자실로 퇴실하실 예정이에요"

"난 이렇게 멀쩡한데 내가 왜 중환자실로 나가?" 


환자는 자신의 상태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출처: https://mdaslan.tistory.com/18 [의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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