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2화 수술날 아침.
어김없이 날이 밝았다. 할아버지를 괴롭혔던 방광의 육종이 이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유착으로 인해 쉽지 않은 수술이 될 것임을 알고 있던 터라, 아침부터 모두들 긴장한 모습이었다. 할아버지는 밤새 잠을 못 이루셨는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제 좀 주무셨어요? 표정을 보니까 하나도 못 주무신것 같은데요?"
"에이 이선생. 내가 암수술 한 두번 받아보나? 잘 잤어 아주. 컨디션 최고야 최고"
"딱 보니까 피곤한 얼굴인데요 뭐. 하나도 못주무신것 같구먼......"
"아니야 잘 잤어. 이따가 아들놈 들하고, 마누라하고 병원에 온다는데 이선생님 만나서 얘기 좀 해줄 수 있을까?"
"네, 당연히 해야죠. 제가 어떤 얘기를 해드리면 될까요?"
"수술 별거 아니라고, 이번 수술만 하면 다 괜찮다고 얘기 좀 해줘. 마누라가 걱정이 많아서...... 내가 얘기를 수없이 했는데, 잘 안 믿어 내 말은"
"해드릴게요. 어차피 할아버지 수술 들어가시기 전에 제가 만나서 설명을 드리려고 했어요. 그래도, '이번 수술로 끝이다. 다 괜찮을 거다' 이런 얘기는 좀 곤란해요. 그 부분은 이해해 주셔요"
"그냥 대충 얘기해주면 돼. 걱정을 하도 해서 안심 좀 시켜줘. 내가 이선생 얘기를 마누라랑 아들들한테 많이 해뒀으니까 이선생 말이라면 믿을 거야."
"알겠어요. 이따가 만나 뵙고 말씀드릴게요"
"고마워. 고마워 이선생."
"오늘 첫 수술인 거 아시죠? 아침에 7시 30분이면 모시러 올 거예요. 마취하고 수술 준비 끝나면, 8시 조금 넘을 것 같고요. 오늘 수술은 대략 6시간 정도 예상하고 있어요."
"잘해줘. 얼마간이라도 더 살고 싶어 졌으니까. 이선생 부탁해"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그리고 수술 내려가기 전에 배에 주사하나 맞고 가실 거예요."
"마취하고 하면 안 되나? 주사 맞으면 아프니까 마취하고 해 줘"
"앉아계실 때 맞아야 하는 주사예요. 이제 소변 나오는 길을 배 밖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미리 표시해둬야 하거든요. 누워서 하면 의미가 없어요"
"아프지?"
"아프죠! 암 수술 많이 받았다고 자신있어 하실 땐 언제고 이러시기예요?"
"알았어...... 그래도 안 아프게 좀 놔줘."
"제가 놓는 건 아니고요. 이따가 다른 선생님이 하실 거예요. 잘~ 해달라고 부탁해 놓을게요"
"막상 뭘 한다니까 이제야 긴장이 되는구먼......"
"제가 이따가 수술 같이 들어가니까 신경 써서 보겠습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잘해줘 이선생. 고마워"
"진짜 긴장을 하시긴 하셨네, 우리 할아버지. 벌써 몇 번째 고맙다는 말씀을 하세요. 긴장 마시고, 이따가 뵙겠습니다"
오전 회진이 시작되었고, 할아버지는 수술장으로 내려갔다. 잘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별일 없을 것이라는 소망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출처: https://mdaslan.tistory.com/67 [의사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