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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D Aslan Oct 21. 2020

전공의 일기.

5-24화 개복

수술대에 누워있는 할아버지를 둘러싸고 많은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비뇨의학과에서 시행하는 수술 중 가장 위험하고, 어려운 수술이기에 할아버지의 안전을 위한 준비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했다. 주기적으로 들려오는 마취 기계의 소리가 차가운 수술방의 공기를 더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마취과 의사는 할아버지의 좌측 경정맥에 중심정맥관을 삽입하였고, 우측 팔의 요골동맥에 동맥압 측정을 위한 A-line(Arterior line)을 잡았다. 긴 수술을 견디기 위한 안전장치들이 준비되었고, 나는 할아버지의 옆에 진갈색 소독약을 들고 섰다. 조명에 의해 창백하리만큼 하얗게 비춰지는 할아버지의 복부를 진갈색 소독약으로 섬세히 닦아냈다. 



"오늘 절개는 long-mid line(정중 절개)으로 할 겁니다. 명치부터 회음부까지 닦아주세요." 


"네. 선생님" 


수술을 같이 준비하는 인턴 선생에게 2차 소독을 부탁한 뒤 수술방을 나서서 손을 닦기 위해 소독대 앞에 섰다. 손 소독용 브러시로 손을 정리하는 동안 3개월 전 할아버지에게 수술을 강력히 권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다시 한번 자책했다. 시간은 흘렀고, 질병은 진행되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남아있는 것을 모두 절제하고, 조금이라도 할아버지를 할머니 옆에 남겨 드리는 것이었다.  


[드르륵] 


수술방 문이 열렸고, 가운을 입고 장갑을 꼈다. 환자의 곁에 다시 서서 하늘색 수술포로 할아버지를 덮었고, 수술을 위한 기구들을 정리했다. 준비가 끝났다.  


"타임아웃 하겠습니다." 


"네, 환자분 성함 000, 등록번호 00000000 입니다." 


"네, 맞습니다." 


"환자분 오늘 Radical Cystectomy with Ileal conduit 시행 예정으로, 영상자료와 의무기록 확인했습니다. 수술은 6시간 정도 예상되며, 다른 위험요인 확인하겠습니다." 


"위험요인 확인했습니다." 


"예방적 항생제 투여되었으면, 저희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예방적 항생제 투여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연락 주시고, 펜 주세요" 


할아버지의 복부에 파란색 절개선이 그어졌다. 평소와 다름없는 절차였지만, 수술이 잘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더욱 긴장됐다.  


"블레이드 주세요" 


메스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하얀 피부에 그려진 절개선을 따라 피부를 열었다.  


"보비" 


전기 소작기를 이용해 절개된 피부 하방의 피하조직을 태우자, 노란 지방조직이 드러났다. 곧이어 근막이 모습을 드러냈고, 근막을 절개하고 근육을 밀쳐내자 복강 내 장기를 감싸는 복막이 모습을 보였다.  


"스무스 두 개 주세요. 메젬"  


이가 없는 포셉을 이용하여 복막을 절개하자 복강 내 장이 쏟아져 나왔고 장을 밀어내며 복막 절개를 이어갔다. 복막이 절개되자, 교수님이 수술방에 들어오셨다.  


"복막 절개까지 시행했습니다. 교수님"  


"자리 바꾸고 위로 올라가" 


"네, 알겠습니다"



출처: https://mdaslan.tistory.com/74 [의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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