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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vory Oct 30. 2023

원래 이상한 사람은 없어요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었나요?

"저는 그냥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자신 없는 목소리로 살짝 웃으며 수정씨는 말했다. 이상한 사람? 무슨 뜻이냐는 물음에 수정씨의 대답이 이어졌다.


"타고나길 이상하게 태어났을 수도 있잖아요. 저는 그냥 원래 한심한 사람인것 같아서요..."






선천적인 것을 바꾸기는 힘들다. 키, 눈동자나 머리카락 색, IQ 등은 선천적으로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심리적인 면에서 기질 역시 타고난다. 가령 위험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성향, 낯설고 새로운 것에 끌리는 성향, 내향성 또는 외향성 등이 해당한다. 이처럼 타고난 것들은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에 반해 후천적으로 학습된 것들이 있다. "나는 재밌는 사람이야", "나는 유능해", 혹은 "나는 멍청해.", "나는 실패자야." 이처럼 자기를 규정하는 생각들은 이런 저런 경험을 통해 후천적으로 만들어진다. 수정씨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를 이상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맞을 것이다. 무엇 때문에 자신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여기게 됐을까?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녀가 말하는 이상한 사람이란 무엇일까?




수정씨는 스스로를 무능하다 생각하고,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누구나 알아주는 대학에 입학했고, 대학에서도 상위권의 성적을 놓치지 않았다. 졸업 후 어렵지 않게 대기업에 입사하면서 주위 사람들의 인정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수정씨는 늘 초조하고 긴장되어 있었다. 입사 후에도 자신이 무능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 늘 신경 썼고, 생산적이지 못한 하루를 보낸 것 같으면 기분이 급격히 나빠지곤 했다. 자신이 이룬 것들을 잃을까봐 전전긍긍 하고 치열하게만 사는 탓일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자주 어려움을 겪곤 했다. 수정씨는 자신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항상 인간관계가 어려울까? 난 왜 늘 불안하지? 나는 왜 행복하지가 않지? 나는 이상한 사람 같아.



이미지 출처_freepik.com


그녀는 과거로 거슬러가 초등학생 수정씨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 장면에서 그녀는 아버지와 함께였다. 수정씨의 아버지는 무뚝뚝했고 회사 일로 늘 바쁘셨다. 아버지와 대화가 있는 유일한 날은 성적표를 받은 날이었다. 어려서부터 총명해서 아버지의 기대를 많이 받았던 수정씨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가 힘들었다. 아버지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성적표를 들여다보고는 말없이 방에 들어가시거나, 이래서 대학은 갈 수 있겠냐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반복적으로 무시를 당하거나 존중 받지 못하면, 실제로 얼마나 성취했느냐와 상관 없이 스스로를 '무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나는 무능하다', ‘사랑받기 위해서는 나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와 같은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일단 이러한 신념이 뿌리를 내리게 되면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뇌는 우리의 믿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쏙쏙 골라 수집하고 저장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당신이 스스로를 한심하다고 생각한다면, 뇌는 당신이 한심하게 행동했던 일화들을 저장한다. (무섭지 않은가?) 수정씨는 많은 성취를 이뤄냈음에도 여전히 자신이 무능하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무능이 드러날까봐 두려워했다. 






자기 자신이 한심한 사람으로 생각되거나, 사랑받을만하지 못한 사람, 쓸모 없는 사람으로 느껴지더라도 이는 사실fact이 아니다. 추측일 뿐이다. 머릿속에서 재생테이프가 반복적으로 눌려서 마치 사실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삶의 어느 시점에서 스스로에 대해 생긴 오해다.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엄습할 때, 아무리 사실처럼 느껴지더라도 이는 사실이 아님을 상기해야 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당신은 더 괜찮은 사람이다. 진심으로 알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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