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을 상상하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라는 질문처럼, 사람마다 자기만의 답변을 가진 질문들이 있다.
어떤 일을 앞두고 기대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실망하지 않기 위해 기대를 안하는 게 더 나을까?
'최악을 상상하면 실망할 일이 없어서 좋다', '기대하면 꼭 생각대로 안되더라', '부정적인 결과를 먼저 생각하는 편이 낫다'. 이런 말들은 내담자들 뿐만 아니라 친구나 지인들로부터도 종종 듣는 말이다.
안될 것을 예상하는 것과 될 것을 기대하는 것. 둘 중에 뭐가 더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알기 위해서는 우리 뇌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뇌는 생각보다 단순해서 실제 일어난 일과 생생한 상상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과거에 즐겁고 뿌듯했던 일을 생생하게 떠올려 보면, 생각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미소가 번진다. 반면 누군가 나를 화나게 했던 일에 대해 복기하면, 미간이 굳어지고 가슴이 답답해지며 당장이라도 한대 때려주고 싶은 충동이 든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도 바로 지금의 일처럼 다시 분노가 차오른다. 혹은 내가 아는 누군가가 지나가다 나를 보고 인사 없이 지나쳤을때를 생각해보자. 그가 고의로 인사를 안했는지 아니면 실수로 타이밍을 놓쳤는지, 머릿속에 다른 생각들이 가득차서 미처 나를 못봤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그가 일부러 인사를 안했다고 생각하면, 마치 그것이 사실인 양 불안하고 불쾌한 감정이 솟구친다.
마찬가지로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부정적인 결과를 떠올리면, 내 머릿속에서는 우려하던 그 일이 이미 벌어진 것과 다름 없다. 안해도 되는 부정적인 감정 소모가 시작되어 버리는 것이다.
실망은 좌절감을 주고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기대가 무너지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욕구는 너무나 당연하다. 이러한 좌절 상황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자아 방어기제로써 기대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생길 수 있다.
그렇지만 좌절이 두려워서 기대하지 않으려는 것은 일종의 학습된 무기력이며, 이는 우리의 가능성과 기회를 제한한다. 따라서 힘들더라도, 자꾸 기대하는 연습을 하는 편이 더 좋다.
기대하지 않는 수준을 넘어서 최악을 상상하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매사에 쉽게 불안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수면의 질도 나빴다. 사사로운 여러 가지 생각과 걱정들을 그치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는 즐겁게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가는 길에 차가 고장날까봐, 미리 봐둔 식당에 사람이 많아서 못들어갈까봐, 예약 해둔 게 누락됐을까봐, 기껏 갔는데 음식이 맛이 없을까봐, 소지품을 잃어버릴까봐.. 그의 고민거리는 끝이 없었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느라 마음이 분주했고, '완벽한' 여행을 위해 애썼다. 여행 중에 그가 고민했던 일이 실제로 발생했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 설사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언제나 그가 수습할 수 있는 정도였다.
실제 일어난 일과 별개로, 그의 여행은 늘 즐겁지 않았다. 안 좋은 상황을 예상하며 부정적인 감정 속에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하는 사람은 기대가 실제로 이뤄졌을 때의 행복감과 성취감을 덜 느낄 가능성이 크다. 불행을 피했다는 안도감에만 겨우 그치고 마는 것이다.
인간은 관심 있는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 최악을 상상하는 대신, 뜻밖의 행운을 기대하는 것이 좋다. 오늘은 어떤 좋은 일이 있을지 기대하며 하루를 시작한다면 놓칠뻔 했던 좋은 일들이 비로소 보일 것이다.
그래서 10번 실망해도 1번 더 기대했으면 좋겠다. 설령 기대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 기대하는 순간의 설레는 감정은 온전히 당신만의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