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괴롭다. 스스로 스트레스에 내성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근래 되돌아보면 취약한 쪽에 가까웠다. 일을 하다가 불안감이 엄습해오는 순간이 잦아지고 있다. 이 불편한 마음의 대부분은 아쉬움과 후회에서 기인한다. 방금 쓴 이메일에 그 밑줄은 치지 말고 그냥 보낼걸, 너무 강조하는 것 같아 보였으려나. 오전에 했던 전화통화에서 마지막 발언은 하지 않는 편이 좋았을텐데. 아까 발송했던 자료에 그 정보까지 포함해서 마무리했으면 더 괜찮았을텐데. 어제 미팅 자리에서 이 얘기까진 하고 나왔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들이 하루종일 문득 찾아와 나를 괴롭힌다.
이게 은근 사소한 것 같으면서도 마음을 좀먹는다. 확신이 부족한 탓일까. 분명 당시에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했는데, 한두시간만 지나서 돌이켜보면 자꾸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눈에 밟힌다. 이런 감정이 누적되는 날에는 자꾸만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마음에 조급하고 우울해진다. 퇴근길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기보다 적막한 차 안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머릿속을 정리하는 날이 많아졌다.
아쉬움의 늪에 잠겨있는 기분이다.
이 질척거리는 늪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후회 없도록 더 잘 해내는 것 한가지 뿐이다. 분명 더 잘 해야 하는데, 정작 중요한 타이밍엔 그게 안 되고 뒤늦게 아차 싶으니 짜증날 따름. 어제도 그랬다. 당장 한시간 안에 처리해야 하는 일이 눈 앞에 있는데, 삼십분 전에 완료했던 일의 맘에 안 드는 구석이 불현듯 떠오르는게 아닌가. 그때부터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한다. 키보드 앞에 잠깐 고개를 박고 생각을 추스린 후 닥친 걸 꾸역꾸역 하는데, 역시나 퇴근 전에 다시 보면 어딘가 하나 아쉬운 점이 보인다. 악순환의 고리다.
여유가 필요하다. 조급함에 시야가 자꾸만 좁아지는 때문이렸다. 이 시기를 지나면 더 봐줄 만한 일꾼이 되리라고 믿고 마음의 평정을 찾는 수밖에. 스스로 한 일에 떳떳해질 수 있도록 심호흡을 크게 해야겠다. 그리고 분명 내가 했던 게 최선이었다고 자신할 수 있는 뻔뻔함도 조금 장착해야지. 이렇게 새가슴으로 살다간 제 명에 못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