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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 Oct 01. 2018

[두부]달콤살벌을 넘은 달콤'섬뜩'의 그녀들, 레드벨벳

-(2), 1에서 이어집니다.

(1)에서 이어집니다


1에서도 구구절절 말했듯, 레드벨벳은 일명 '배운 변태' SM의 기획력으로 날개를 달아 여러 가지 독특한 모습을 많이 보여왔다. 컴백한다는 공지가 뜨면 팬들은 이번엔 어떤 컨셉일지, 그리고 공개되는 티저 하나하나로 어떤 스토리를 풀어갈 지 유추하느라 정신이 없다. 오늘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들의 모습 두 가지를 더 골라보았다. 


덤덤 Dumb dumb (2015. 09, The Red - 1st album)

                                                                                                                                                                  

<덤덤 Dumb dumb>은 <아이스크림 케이크> 이후 6개월여만에 컴백한 노래이다. 비슷한 금발과 컬러렌즈들, 그리고 어딘가 다른 것 같지만 대부분 닮아있는 ‘시밀러룩’을 입고 한 무리의 뱀파이어가 되어 사람들을 홀리던 그녀들은, 몽환미를 덜고 좀더 엉뚱하고 발랄한 매력을 더해서 <덤덤>을 불렀다. 누가 누군지 구별이 힘들었던 <아이스크림 케이크>와는 다르게 데뷔곡인 <행복>에서 사용했던 각 멤버별 시그니처 컬러- 슬기는 노랑, 아이린은 분홍, 웬디는 파랑, 조이는 초록, 그리고 나중에 추가된 예리는 보라-는 <덤덤>에서 조금 더 응용된 버전으로 또다시 나타났다. 위에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빨간 원피스와 앞치마, 그리고 끝을 빨갛게 물들인 앞머리와 쫑쫑 땋아 꺾은 뒷머리는 이 다섯 명을 또 쌍둥이처럼 만들었다. 그러나 이내 자신들을 구별하지 못하는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각자의 상징 색 스타킹을 한 쪽 다리에만 신고 춤을 춘다. 메인이 되는 의상은 훨씬 캐주얼한 모습으로 각자의 개성을 더욱 살린다. 사실상 데뷔 이후 이런 착장은 거의 처음이었다고 볼 수 있다. 

                                                  

뮤직비디오는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스>를 연상시키는 공장을 배경으로 한다. 이 곳에서 멤버들은 앞서 말한 빨간 원피스를 차려 입고 하나의 인형이 되어 천편일률적인 상품 중 하나로 분하기도 하고, 같은 작업을 계속 반복하는 기계적인 공장의 직원이 되기도 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차를 타고 바깥을 보며 약간의 일탈을 가지게 되고, 뮤직비디오의 후반부에서는 공장의 사무실과 컨베이어 벨트 등에서 활개를 치고 물건을 던져버린다. 공장의 상품으로서의 자신들의 존재, 그리고 같은 일을 반복하던 모습을 모두 깨내는 장면이다. 이후 그들은 개성 넘치는 의상으로 손목에 있던 색 밴드를 휘두르며 춤사위를 펼치고, 매우 생기 넘치는 표정으로 뮤직비디오를 마무리한다.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반복되는, 하루에도 몇 십 개 그룹이 쏟아져 나오는 아이돌 세계 속에서, 레드벨벳 자신들은 그런 획일화에서 벗어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하는 뮤비였다고 생각한다.           

                                    

                                               

<덤덤>의 안무 또한 짚고 넘어갈 만하다. 귀여운, 혹은 섹시한 컨셉을 잡아 ‘여성스러운’ 선을 강조하는 기존의 걸그룹 안무와는 다르게, <덤덤>의 안무는 가사 그 자체다. ‘마네킹 인형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어색하지 (하하하)’ 라는 가사처럼, 동작들은 크고 어색하며 나중에는 정말 ‘남동생 인형’, 즉 로봇이 되어 브레이크 댄스를 짧게 선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귀엽고 싶거나 섹시해보이고 싶은 춤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골반의 반동을 이용하는 동작이라든지(무대 보면 내가 뭘 말하는지 알 걸?), 인트로에서 두 팔과 다리를 휘젓는 동작만 보아도 일반적인 걸그룹 안무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저 춤을 추면서 저렇게 노래를 하지'라는 생각을 한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노래 자체의 비트도 빠른데다가 얹어진 안무도 부드럽지 않고 ‘빡센’ 느낌이기 때문이다. ‘자꾸 나를 귀엽다고 하는’ ‘너’의 앞에서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사지를 표현할 뿐, 그래서 ‘너’의 마음에 들기 위한 몸부림은 하나도 없다. 예뻐 보이거나 더 귀여워 보이려 하지 않고, 지금의 당혹감을 표현하는 이들이 나는 퍽 마음에 들었다.                

                                                              

▶ 덤덤의 킬링 포인트
1) ‘난 너에게서 헤어날 수 없잖아’라는 가사에서 자신을 원샷으로 잡는 카메라에 눈을 당당히 맞추며 머리를 쓸어 넘기는 아이린의 얼굴. 그 가사는 아이린한테 우리가 할 소리입니다. 
2) 마지막 ‘덤덤덤덤덤’ 부분에서 손목에 차고 있던 컬러밴드를 풀어 허공에 휘젓는 다섯 명의 군무, 그리고 그 가운데서 빛을 발하는 슬기의 춤선과 여유만만한 표정. 절 가지새오.                                                  

                                                 

러시안 룰렛 Russian Roulette (2016. 09, Russian Roulette - The 3rd mini album)

                                     

<러시안 룰렛 Russian Roulette>은 멤버들의 파격적인 머리색으로 화제가 됐었다. 조이의 형광 노란빛 머리와 슬기의 오렌지빛 땋은 머리도 물론 핫했지만, 가장 뜨거운 반응은 아이린의 ‘유니콘 머리’였다. 그의 연보라빛 머리는 아이린의 쿨톤 새하얀 피부와 함께 모두를 홀렸고, ‘보라색 머리 한 번은 해보리라’는 결심을 알게 모르게 우리의 마음속에 심었다. 화려한 메이크업과 의상도 색감과 비주얼이 아주 그냥 폭발하는 데에 힘을 보탰다. 이렇게 청량하고 밝은 이미지로 눈이 마냥 즐거웠음에도, 제목부터 섬뜩한 구석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했다. ‘러시안 룰렛’은 권총의 탄창에 총알을 하나만 넣고 회전시킨 후, 번갈아가면서 쏴 랜덤으로 누가 총알이 걸리는지를 겨루는 게임이다. 그러니까, 누가 언제 죽을지 알 수가 없다.                                                  

                         

<러시안 룰렛>의 가사는 의미심장하다.                                                  

                                              

커지는 heart b-b-beat
빨라지는데
너답잖게 heart b-b-b-beat
거려 나를 볼 때
마지막 남은 순간까지
점점 다가오지 crazy
아찔하게 겨눈 russian roulette
Ah-ah-ah-yeah
La-la-la-la-la (넌 이미)
Heart b-b-b-beat
마지막 남은 순간까지
내게 맡기게 될 거야 넌
달콤한 너의 Russian roulette                                                                                                  

자꾸 심장이 뛴다고 하고, 너답지 않게 나를 볼 때 또 심장이 뛴다고 하니까, 다들 생각한다. ‘아, 이 노래는 사랑노래구나!’ 그렇지만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다. ‘마지막 남은 순간까지’ 아찔하게 다가오는 것은 사랑이나, ‘너’ 혹은 ‘나’의 손이나 입술 따위가 아니라, 총알일 수도 있다. ‘마지막 남은 순간까지/ 내게 맡기게 될 거야’는 당연하다. 왜냐면 총을 들고 있는 것은 ‘나’기 때문이다. ‘아찔하게 겨눈 Russian Roulette’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듯이, 이 노래는 말 그대로 ‘러시안 룰렛’ 게임, 혹은 유사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보인다.             

                               

이토록 깊은 꿈이 넌 처음일걸
내 맘이 이 밤이 아른거리는 game
You can’t control

                     

‘깊은 꿈’이 처음인 것 또한 당연하다. ‘너’를 포함해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죽는 건 처음일테니까. 그런데, 사실 노래만 듣고 여기까지 께름칙한 상상을 하긴 힘들다. 멜로디가 굉장히 청량하기 때문이다. ‘반짝인 secret/더 이상 외면하진 못해/버튼은 내가 p-p-push/받아들여 이제/니 맘 온통 내 모습 채워지게/꿈꿀 때조차 나를 찾게 돼’ 같은 가사도 이 노래가 밝은 사랑 노래라고 믿고 싶게 만든다.                                                  

         

그래서 뮤직비디오는 조금 더 폭력성을 시각화해주는 듯하다. 밝고 예쁜 색감과 멤버들의 미모로 채워진 영상이지만, 중간 중간 등장하는 까마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뮤직비디오의 모든 내용은 멤버들이 서로를 죽고 죽이는 상황을 보여준다. 심지어 맨 첫 부분에서는 한 멤버를 따돌리는 듯한 장면(멤버들은 예리를 건너뛰고 귓속말을 속삭인다)도 나온다. 슬기는 조이를 냉장고를 떨어뜨려서 깔아뭉개려 하고, 웬디는 슬기의 옷에 불을 질러버린다. 웬디는 또 예리를 물을 뺀 수영장 위 다이빙대에서 밀어버리고, 예리는 멤버들의 우유에 시리얼 대신 나사를 잔뜩 부어버린다. 또 침대에 누워있는 웬디를 예리와 아이린이 차도로 밀어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나머지 네 멤버가 사물함을 밀어 슬기를 사물함에 깔리게끔 한다. 멤버들이 앞서 말한 행위를 한 후 장면의 전환에는 항상 까마귀가 등장한다. 뮤비 후반부의 총은 하트를 발사시켜 아이린에게 향하는데, 이 하트가 ‘사랑’을 상징할지는 의문이다. 뮤비에서 그들은 체육관과 락커룸 등에서 학교 체육복처럼 보이는 의상을 입고 있다. 어쩌면 이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폭력들은 ‘학교’라는 집단 내에서 혹은 어릴 적부터 또래 간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모든 폭력을 물리적 형태로 형상화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는 비단 학교 내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모든 집단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계속해서 러시안 룰렛 게임을 진행 중인지도 모른다, 라고 말하면 너무 비약이려나.

                                              

▶러시안 룰렛의 킬링포인트 
1) 전주를 시작하며 마주보고 있는 슬기와 나머지 멤버들의 웃음 참기 대결. 특히 조이의 콧구멍과 윗입술 주목. 
2) 파워풀하게 골반 부분을 치는 듯한 후렴구 안무를 따라해보자. 꽤 재밌음.




사실 첫 글을 쓰고 몇 번이고 다시 생각했다. 내가 생각했던 레드벨벳의 매력을 내가 글로 제대로 풀어낸 것이 맞는지. 어쩌면 반의반도 표현해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레드벨벳은 이 노래를 통해 이걸 표현했어요!’가 아니라, ‘레드벨벳은 이런 것도 표현할 만큼 독특하고 잘 짜인 스토리를 가진 팀이에요!’였는데. 그래서 그냥 내 생각대로, 내가 느낀 대로. 레드벨벳 존나 이쁘다!를 아주 큰 소리로 외치기로 했다. 그리고 여기에 여러분들이 공감했다면, 다행이다. 

지금까지 나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내가 레드벨벳을 좋아하는 포인트들을 충분히 눈치 챘을 것이다. 이번 신곡인 <Power Up>은, 내가 담쟁이에서 소개했던 노래들만큼 풍부한 이야기를 가진 곡은 아니다. 그래서 솔직히 취향저격 탕탕은 아니었다. 근데 그네들의 미모는 역시... 사실 길게 얘기해봤자 뭐하겠나. 예쁘니까 좋아하는 거다. 다음에, 언젠가 컴백하면 또 덕후들의 마음을 쿵쾅거리게 할 만큼 어마어마한 컨셉으로 우리를 홀릴 것임도 알기에, 이번에는 한 템포 쉬어가며 ☆본격 레벨 얼굴 감상 타임☆을 가진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행복하게 직캠을 검색한다. 여러분 빠ㄴ나나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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