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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비 Sep 08. 2023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이혼녀의 대학원 생활기

그래서 대학원생이세요, 아니면 알바 전문가세요?

솔직히 인정한다. 

이혼하고 대학원에 가기 전까지는 

평탄하게 살았다. 

고생도 안했다. 


금수저는 아니었어도 

유복한 학창 시절을 보냈고,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진학했고, 

대기업에도 합격했다. 

결혼하고 합격한 거였다. 


그리고 꽤 부잣집에 시집 갔었다. 

전세였어도 당시 강남권 아파트에 살았으니까. 



하지만 개고생했다. 

이혼하고 대학원 가서는. 


살아야했고, 

공부를 마쳐야 했고, 

이혼 후의 삶을 어떻게든 책임져야했다. 


나는 대학원생이었고. 

여전히 이혼 후의 내 삶을 어떻게 꾸려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고, 막막했었다. 



대학원생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일단 주간에는 공부를 하고, 

수업을 들어야했고, 

나는 결국 수업이 끝나고 과외로 

추가 수입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주간에는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걸 많이했다. 

수업 조교도 하고, 연구 조교도 하고, 

외국인 기숙사에서 조교로 일하기도 했다. 


다행히 조교는 업무 강도가 그렇게 크지 않으면서도 

학업과 병행할 수 있고, 

페이도 일하는 시간에 비해서는 나쁘지 않아서 

월세와 어느 정도의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 정도였고, 

과외로 그 외의 비용은 해결했다. 



다행히 명문대 출신이었던 점이 잘 부각이 돼서, 

강남쪽으로 과외를 다닐 수 있었다. 


대치동, 교대, 역삼동, 반포.. 

과외를 하러 방문한 화려한 집과 

내 처지가 비교돼서 

작아지고 속상할 때도 많았지만 

그들은 다 교양있었고, 

수준이 높은 분들이었다.


아이들 성적이 올랐고, 

아이들이 나의 교습 방식을 좋아해줘서 

학생치고는 페이도 괜찮았다. 


스펙이 이럴 때 쓰일 수 있다니. 

한편으로 정말 감사했다. 


몸은 고됐지만, 

난생 처음으로 

내가 나를 오롯이, 온전히 책임진다는 그 말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던 계기였다. 



그 외에도 한 알바는 많다. 

주로 학교에서 기회가 된 일들이긴 했지만, 

지도 교수님 주관으로 프로젝트를 맡기도 했고, 

입학 시험 보는 아이들 감독관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그리고 가끔 지방 부모님 집에 방학 때 내려가서는 

지방 학원에서 특강을 하기도 했다. 



적어놓고 보니 

담담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그 때는 사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나도 공부만 하고 싶었을 때가 많았거든. 

예전에 부모님 지원 받으면서 공부할 때는 

공부만 한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사실 몰랐었는데, 


여유있는 환경에서 학교에 와서 공부만 해되 되는 애들이, 

알바는 할 필요가 없는 애들이 어린 맘에  

그 때 많이 부러웠었다. 


나는 알바도 하고, 과외도 하고, 공부도 해야 해서 

힘들고 피곤해 죽겠는데, 

우아하게 부모님이 사주신 차를 끌고 와서 

공부만 하고 가는 부잣집 자제분들을 볼 때마다 

이혼녀라는(아무도 내 사정을 몰랐지만)

타이틀을 가지고 하루하루 전쟁처럼 살아가는 내 삶이 

비교가 많이 됐었다. 



지금이야, 

그 모든 게 다 지나간 일이고, 

나를 성장시킨 일이라고 생각한다만. 

어린 내 맘에는, 

이혼의 댓가인 거 같아 

멘붕이 오려고 했던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행복하려고 한 이혼이 맞고, 

그래서 행복했던 것도 맞지만 

몸은 고달팠으니까. 


그래도 당시 나는 20대였으므로. 

그리고 확실히 결혼 생활 때보단 내 삶이 훨씬 

주체적이고 나아졌으므로. 

그걸 힘든지 모르고 했었던 것 같다. 


몸이 힘들어 잠시 못난 생각이 들었다가도, 

금새 제자리로 오곤 했었던 거 같다. 



그래. 이혼 쉽지 않다. 

하지만 사람을 단기간에 속성으로 엄청 

성장시키는 과정인 것도 맞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짧은 시간, 

나도 모르게 엄청 철이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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