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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것에 가치를 두는 것

by 영주


1.

성장의 순간에는 언제나 엄두가 있다. 시도할 엄두조차 안 나던 아사나도 감히 그 마음을 먹고 흉내 내야만 접근의 여지가 생긴다. 어설픈 시도가 반복되다 보면 선물처럼 성장이 찾아온다. 매트 밖 세상에서도 엄두 나지 않는 순간들에 마주할 때가 더러 있다. 예컨대 빼곡한 카페 메뉴판 하단에 소심히 적힌 음료를 주문해 본다거나, 미운 사람에게 입바른 칭찬을 하며 속 좋게 비위를 맞춰주는 것. 크고 작은 엄두들이 모여 인생의 내공을 쌓아줌을 여실히 느끼고는 있다. 그래도 엄두가 안 나는 일들을 억지로 하고 싶지는 않고, 엄두를 낼 엄두가 나면 하나씩 시도해 보며 세상을 넓혀야지.


2.

변하지 않는 것에 가치를 두는 것만큼 행복에 보탬이 되는 습관이 없는 것 같다. 젊은 날의 미모나 사회적 지위, 그로부터 벌어지는 재산은 훅 불면 날아가는 먼지같이 맥없이 변하고 사라진다. 나와 주변인을 가치 매김에 있어 이런 연약한 것들에 큰 몫을 주면 늘 불안하다. 그래서 요즘은 겉을 치장하는 것보다 무언가 본질적인 것을 알아차림으로써 심지를 단단하게 하려 노력 중이다. 몸이 늙어 병들고, 소외되고 가난해져도 어느 정도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힘을 기르고 싶다. 언젠가부터 입가에 보조개인지 주름인지 모를 자국이 생겨 든 생각이다.


3.

누구도 자신의 감정이 타당한지 확인받을 필요가 없다. 스스로만이 제 감정의 주인임을 알고 나면 마침내 부담 없는 자유를 마주하고 마음을, 나아가 마음이 바라보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따금씩 느껴지는 불안이나,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 넘치는 사랑에서 비롯되는 소유욕같이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이 솟을 때가 있다. '상황'과 '감정'사이의 인과가 보편타당한지 따지고 들기보다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가만히 마주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술 취한 코끼리를 길들이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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