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혼자'라는 의미의 ひとり(히토리)는 아마도 이번 여행 내내 나와 함께할 단어일 듯하다. 그런데 ひとり라는 단어 자체는 어딘지 모르게 소리가 예쁘지 않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나라서 그렇게 느끼는 것 일수도.
달력이 16년에서 17년으로 넘어갈 즈음 나는 여러모로 휴식이 필요한 상태였다. 새로운 취미나 주말 늦잠, 친구와의 수다로도 풀리지 않는 정서적 허기짐으로 잔뜩 예민해있었다.
나에게 있어 휴식은 곧 혼자만의 시간을 의미하는데, 집에서 오롯이 혼자이기는 어렵다 보니 어디든 갈 생각으로 블로그 이곳저곳을 기웃대던 중 윤동주 시인의 시비가 있다는 도시샤 대학을 거점으로 교토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일단은 비행기표, 그리고 적정선의 숙소를 예약한 후 4개 월남은 여행까지 내가 준비한 것은 다름 아닌 일본어였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마주한 낯선 언어가 주는 당혹스러움은 기다리는 시간마저 여행하는 기분이게 했다.
그리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봄이 와 있었다. 출발까지는 고작 일주일. 조금 늦었지만 나의 17년이 비로소 시작되고 있었다.
올해 직장인들에게 주어진 가장 넉넉한 5월 첫 주 연휴를 오롯이 교토에서만 보내기로 결정했을 때 주변에서는 하나같이 심심할 거라며 우려했다. 그렇지만 공부해보면 할수록 5일로도 부족하다 느낀다. 일본은 어떤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나도 확신하지 못하는 어떤 기대감으로 이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설사 이번 여행이 내게 외로움과 무료함만 선사하더라도 멋 부리지 않은 수수한 순간들로 가득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여행의 끝에서, 나도 그리고 듣고 있을 당신도 웃고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