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만 16세가 되던 해 운전면허를 받았다. (15년도 더 된)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운전연수를 받은 기억은 있지만 몇 시간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선생님이 앉는 보조석에 브레이크 페달이 하나 더 달린 구조의 연수용 자동차였다. 난생처음 잡았던 운전대는 무서웠고, 도로법은 늘 헷갈려 연수를 받고 들어오면 축 늘어졌던 기억뿐이다. 결국 도로주행 테스트에서 두 번이나 떨어진 후 겨우 면허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스물다섯 한국에 돌아왔을 때 운전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캐나다의 넓은 도로와는 다른 좁고 복잡한 도로와 여유 없는 운전자들에 기가 죽었고 무엇보다 당시 내 나이상 보험료가 비쌌다. 다음을 기약하다가 유학과 취업으로 하염없는 시간이 흘러갔다.
다시 운전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 최근이다. 만들고 나서 한 번도 쓸 일 없었던 운전면허증을 갱신할 때도 그랬지만 경기도권으로 외근을 갈 때마다 늘 입버릇처럼 차를 사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그나마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야근도 없고 환승 없이 한 번에 출퇴근 가능한 회사 위치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회사가 이전하여 출퇴근이 부쩍 피곤해졌다. 또래의 동료들도 하나둘씩 운전을 하기 시작해서 더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나는 지난 몇 년간 노래만 불러왔던 자차 구입을 조만간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그 계획의 사전 준비 과정이 바로 운전연수였다.
우리 가족은 연수를 시켜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들 또한 서로가 아닌 학원을 통해 배웠다.) 해서 운전학원 두 군데 정도에 비용을 문의하고 한 곳을 정해 10시간 연수를 받고 있다. 15여 년 만에 잡아본 운전대는 의외로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 옛날 처음 운전을 배우던 힘겨웠던 시간이 머릿속에서 더 무섭게 각인되어 지레 겁을 먹고 있었던 것 같다. 열 시간을 다섯 번으로 나누어 받았는데 신기하게도 야간 주행과 우천 주행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다. (그 어떤 여건에도 달라지는 것 없이 천천히 다닌다가 정답이지만.) 다행히도 내 몸은 이미 배운 것들을 많이 잊지 않고 있었다. 후방 주차, 평행주차, 자유로, 공항도로 등을 달리고 나니 이제 마지막 두 시간 연수를 남겨두고 있다.
다음 주에 (관리가 편하다는) 장기렌트로 차 견적을 받아 볼 예정이고 그 후에는 회사 근처의 거주자 우선주차공간을 신청해야 하고 아파트에도 추가 주차비를 내야 한다. (사옥에서 제공하는 월주차가 어마 무지하게 비싸다.) 차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들을 정확하게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갑작스럽게 지출이 늘어날 것이다. 출퇴근 및 외근용으로 사용하게 되겠지만 운전을 함으로 인해 운신의 폭이 훨씬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나도 여자이지만, 나는 여자 후배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운전을 해보라고 권한다. 어릴 때 운전을 할 수 있으면 경험의 폭이 훨씬 넓어지고 그것이 쌓여 30대 이후의 삶이 달라진다고 나는 믿는다. 내가 이십 대 때 운전을 했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여행과는 다른 여행을 했을 것이고 타인의 도움에 의지하지 않고도 스스로 갈 수 있는 곳과 할 수 있는 일이 많았을 테니까.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 편이지만 만약 돌아간다면 운전은 꼭 더 일찍 시작하고 싶다.
도로 위의 시한폭탄 같은 초보 오너드라이버로써 당분간 복잡한 출퇴근 시간을 피해 다닐 예정이다. 꽃 피는 봄을 올해는 조금 다르게 맞이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