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라 부르기엔 업의 연장에 가까운
재작년 내 목표는 꽃꽂이와 캘리그래피를 배우는 것이었다. 작년에는 브런치에 글을 써 보고자 마음먹었고 덕분에 많은 여행을 다녔다. 조금 더 과감하게 세운 올해 목표는 바로 운전과 강의였다. 깜냥에 비해 과감하다 생각했기에 딱히 해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스스로 반복해서 되새기고 잊지 않고 있다면 올해가 아니라도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내 돈을 들여서 하면 되는 운전은 연초에 추진력 있게 스타트했고 (과감하게 일시불로 차를 질렀다) 연말이 되자 아주 뜻밖의 타이밍에 대학에서 강의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내가 과연 준비가 되었던가?
돌아보면 나는 학생 때 참 행복했던 것 같다. 그리고 8년 넘게 쉼 없이 직장생활을 하며 학교와는 멀어졌다. 모교는 모두 외국에 있으니 꾸준한 교류도 일어나지 않는다. 요즘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도리가 없다. 덕분에 갓 졸업한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지레 세대차이를 만들어낸다. (일종의 자기 방어?) 여하튼 그런 이유로 나는 학생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처음에는 10회의 정기적인 강의를 해보고자 했으나 직장에 소속된 사람으로서 일정한 요일에 반나절씩 자리를 비우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결국 단발성 특강만 해보기로 했다. 애초에 목표는 강의였으니 단발성이든 주기적이든 크게 상관없었다.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필요했고, 이것이 현재 회사원으로써의 위치를 지키는데도 도움이 되리라 믿었다.
특강 날자를 받아놓고, 학생들은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을지 생각해 보았다. 요즘 더 좁아졌다는 취업이 가장 고민 아닐까. 그렇지만 공채를 제외하고, 이곳까지 오게 된 경로는 모두 제각각이다. 취업에 정답은 없다는 것이 내 회사생활의 결론이었다. 실제 회사에서는 어떻게 일하는 지도 궁금할 것이다. 창의력 샘솓는 디자이너로 교육받아 회사가 주는 월급의 틀에 갇힌 삶에 대해 어느 정도는 들려줘야 하겠다. (그들이 원하는 게 틀 안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적어도 누군가 현실을 이야기해주어야 하니.) 그래서 가르친다기보다는 내가 하는 일을 소개하는 정도로 준비해서 가기로 했다. 실제 프로젝트들, 그 과정에서 나온 목업들을 주섬주섬 챙겼더니 꽤 짐이 많았다. 그동안 일 하면서 왜 더 사진을 찍어놓지 않았을까, 자리를 옮기면서 처분한 목업들 마저도 뒤늦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윽고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첫 강의에서 나는 준비한 슬라이드를 40분 만에 끝내고 뼈를 깎는 마음으로 나머지 시간을 질의응답으로 채워야 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총 세 번의 특강이 있었다. 작은 공간에서, 학생들과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대화는 진학, 취업, 학벌, 기업과 에이전시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오갔다. 의외로 내 취업 스토리보다 이직 스토리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때로는 날카로운 질문도 받았고 그럴 때마다 생각을 말로 표현하면서 스스로 정리된 것들도 많았다. 이것이 애초에 내가 강의를 해 보고자 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가르침을 통해 배우는 것들로 내가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다.
서른을 막 지났을 무렵 나는 한해 한 해가 그냥 지나가는 느낌에 늘 울적한 연말을 맞았었다. 그러나 올 해의 마지막 달을 지나고 있는 지금은 후회가 없다. 그냥 흘러간 게 아니라 새로운 것들로 채워진 기분이다. 나와 함께 했던 학생들에게도 같은 의미로 남기를 바란다. 강의 끝무렵 공유한 내 개인 메일은 언제든 그들을 위해 열려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