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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Dec 13. 2019

일기75






아기를 낳아보니 왜 엄마가 그토록 잊어버리는 게 많았는지 알게 되었다. 왜 둘째인 내 성장 앨범에는 오빠에 비해 사진이 몇 개 없는지. 그리고 왜 늘 전화는 한 번에 연결되지 않는지도.


나는 이제 그 옛날 엄마가 하던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즐기던 취미를 잃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다. 그러다 문득, 아이가 너무 예뻐서 마음이 벅차오를 때가 있다. 엄마도 그 옛날 나를 보며 이렇게 행복했을까. 내가 엄마에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였을까 생각하면, 엄마도 그 모든 것을 기꺼이 했겠다는 생각에 미안했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아직도 딸이 하고 싶은걸 위해 당신의 생활을 포기하겠다는 엄마에게. 아니야, 그러지 않아도 돼. 나를 위해서 더 이상 아무것도 포기하지 마. 엄마는 충분히 포기했어.


이제야 엄마를 조금 이해하는 것 같아.

이제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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