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 않을 거면, 머물 이유가 없다.

by 일랑




며칠 전 나는 쫓기듯 5년 만에 브런치로 돌아와

아이를 지독하게 다그치는 내 모습에 대해

죄를 고백하는 마음으로 적어 내려갔다.


반복적인 지적에도 고쳐지지 않는 습관,

피곤하면 나오는 무례한 말투,

기대만큼 열심히 따라주지 않는 모습,

미리 주의 준 것과 정 반대의 심한 장난,

하나부터 백까지 말해야만 행동하는 패턴이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폭발하게 했고

아이에게 무시당한다는 기분까지 들게 했다.


결국은 지금껏 아이를 키워주신 부모님이 개입하셨다.

지금 아이가 하는 행동들 중에 저학년 남자아이로써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부분은 없다고.

빠듯한 재정과 기간에 더 열심히 해주길 바라는 마음,

다시없을 이 기회에 언어도, 각종 운동도,

교우관계마저도 놓치지 않길 바라는 기대감,

나의 조바심과 욕심이 이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세상에 식구라고는 단 둘뿐인데

둘 사이가 멀어져서는 안 되니,

그러니 더 있을 생각 말고 돌아오라고.




맞다.

행복하지 않을 거면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


직장에 매여 아이를 오롯이 키워보지 못한 나에게 주어지는

'진짜 엄마'로써의 선물 같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매일 싸는 도시락이 걱정되면서도 기대되었고

아이의 등하교를 모습과 표정을 꼬박꼬박 눈에 담는,

몇십 년이 지나서도 기억할 서로의 따뜻한 시간이 될 줄 알았다.

절대, 이렇게 괴물 같은 얼굴만 보여줄 생각은 없었다.


뭐에 씐 건지,

가장 중요한 것을 놓쳐 버렸다.

가장 소중한 것을 함부로 던져두었다.

다시 주워 올려 조심스럽게 감싸본다.

아직도 아기태를 벗지 못한 얼굴을 가슴에 품어보았다.

근래 들어 가장 편안한 얼굴로 자는 아이.


뒤에서 살살 밀어주어야 하는데,

또 나도 모르게 앞질러서

성급하게 당기다 넘어져 버렸어.

털고 일어나서 다시 해 보자.

이번엔 분명히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여기 있는 시간 동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행복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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