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8_캔들 만들기(단편)

다시 찾은 그곳

by 일랑



처음 꽃을 배우기 위해 누하동 베르씨빌라쥬를 다니기 시작한 무렵의 날씨가 오늘 같았다. 원래 캔들 전문가를 양성하는 공방이라 특강은 늘 과정을 수료한 수강생들에게만 오픈되어 왔는데 갑자기 문외한도 할 수 있는 원데이를 오픈하셔서 한번 들어보고 싶었다. 곧 있을 지인의 생일 선물로도 의미 있을 것 같고. 플라워 클래스 원데이보다는 수강료가 꽤 비쌌지만, 그래도 오래간만에 손이 즐거운 시간이라 아깝진 않다. (비싼 수강료는 원재료값 때문이 아닐까 한다.)



다시 찾은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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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놀러 오라 하는 희영 선생님이시지만 막상 얼굴 보러 가려니 엉덩이가 어찌나 무겁던지. 겸사겸사 잘 되었다며 주말을 이용해 공방으로 향하는 길에는 날씨도 참 좋다.

'맞다, 이 골목. 이랬었지.' 하며 걷는다

초등학생 때 왁스에 크레파스 조각을 섞어 종이컵에 양초를 만들던 정도의 지식수준으로 도전한 나는 같이 수업한 두 분의 공방 선생님들(한 분은 운영 중, 다른 한분은 오픈 예정)과 달리 선생님이 주시는 재료를 받아 가이드대로 작업했다.



스펙트라 캔들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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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라 캔들은 원하는 간격으로 작은 도트를 찍는 것 외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왁스의 적당한 온도와 스트라이프의 두께 등을 위해 희영 선생님이 많은 실험을 통해 다듬은 방법이라 하니 정말 값진 레시피가 아닐 수 없다. 너무 뜨거우면 염료가 퍼져버리고 식으면 스트라이프가 잘 안 나오니 온도계로 정확하게 맞춰서 붓고 기다리면 서서히 스트라이프가 생겨난다.


같이 수업을 들었던 선생님들은 여러 다른 색을 교차로 찍기도 하고 다른 형태의 틀을 쓰기도 해서인지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 촘촘하게 도트를 찍은 결과물이 의외로 굉장히 섬세한 느낌으로 나와 모두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배우게 될 스펙트라 캔들(좌), 마블캔들(우) 샘플
왁스를 붓는 틀
심지를 꽂고 염료로 점을 찍은 후 왁스+향을 섞어 붓는다
따뜻한 양초 온도에 염료가 흘러내려 무늬가 된다
수강생들의 스펙트라 캔들 떼샷



영혼을 담은 마블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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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캔들은 조금 더 어렵다. 왁스와 향을 섞어 틀에 부은 후 식어서 뿌옇게 변할 때쯤 나무꽂이로 벽면에 대리석 무늬를 그린다. (적당한 타이밍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세 개의 캔들을 만드는 동안 점점 더 나아지는 걸 보니 연습을 통해 발전할 여지가 크다. 패턴을 블랙으로만 하지 않고 정말 대리석처럼 블루, 브라운 같은 컬러를 섞어 쓰는 것도 새로운 느낌을 준다. 배경색을 블랙으로 하고 패턴을 화이트로 해도 좋을 것 같은데, 오늘 공방에는 화이트 염료가 없어 할 수 없었다.

왁스에 고체염료를 섞어 배경색을 바꿀수도 있다
그 사이 먼저 만든 스펙트라 캔들이 굳고 있다
어두운 나무, 브라스와 잘 어울리는 마블캔들 떼샷



즐거웠던 주말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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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씨빌라쥬를 운영하는 희영 선생님. 그리고 공방을 운영하며 희영 선생님의 레시피를 배우러 온 다른 공방 선생님들. 공방이라는 공통점으로 만나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의 고민, 경험들을 아낌없이 주고받는 모습에 날 선 경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방을 운영하는 꿈을 가지고 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지금 하는 일을 평생 하리라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여러 가지를 배워보고, 그중에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는 일에 소홀할 수 없는 이유다. 굳이 다른 것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잠시나마 본업에서 벗어나 충분히 즐거웠던 시간.

열심히 작업중인 수강생들의 손놀림
원데이가 휩쓸고 간 자리
완성된 작업물을 습자지에 포장한다
한편으로는 여전했던, 한편으로는 많이 바뀐 이곳
그리고 귀동이, 반가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