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9_중국어 너란 언어(上)

영어의 새 이름

by 일랑



윗 세대에게 영어가 성공의 필수요소였다면 그것은 이름만 바꾸어 우리에게 돌아온 것이 분명하다. 바로 중국어. 전공분야와 업종을 불문하고 중국어가 이 시대 직장인의 아픈 손가락이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종이에 베인 불편한 아픔 같은 것 말이다.



시작은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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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대만 친구가 좀 있다. 어릴 때 친구들이라 아무렇지 않게 비속어부터 배웠다.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성조의 개념이 생긴 것 같다. 뭐든 흉내를 잘 내는 내가 친구들의 말을 곧잘 따라 하면 깔깔대며 넘어가게 웃곤 했다. 중국 본토와 대만 중국어의 차이며 감탄사의 뉘앙스를 참 세심하게도 가르쳐준 친구들. 그 시절 중국어는 친구와의 놀이였다. (그들은 한국어를 심하게 못 따라 했기 때문에 내가 중국어를 하는 편이 나았다.)



스트레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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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일을 시작할 무렵, 아버지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중국어를 배우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무역 쪽 일을 하시기 때문에 중국어의 필요성을 먼저 파악하셨고, 자식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진작 이민을 몸소 실행하셨던 분이니 분명 잘 꿰뚫어 보신 것이리라. 하지만 더 이상 중국어는 나에게 즐거운 놀이가 아니었다. 취준시절 학원을 몇 달 다녀보기도 했지만 이어가기 힘들었고 이후 회사에서 운영하는 수업도 들어봤지만 당최 늘지 않았다. 특히 외국어를 배울 때 느끼는 그 특유의 답답함과 피로감이 아주 불쾌했다. 같이 공부하던 사람들도 다르지 않았던지, 모두가 포기하고 반이 사라지길 반복했다.



기초만 네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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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서, 전 회사에서, 그리고 지금 회사에서. 기초만 세 번째 배운 나는 지금 애매한 레벨이다. 최근 회사에서 운영하던 수업마저 낮은 출석률로 폐강되어 계속하기 위해서는 따로 학원에 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 때문에 폐강되는 어려움이 반복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나 스스로가 중국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데 있다. 일본어는 배워서 여행을 가겠다는 목표라도 있었지. 중국은 여행으로 가고 싶은 마음도 없고 출장으로 갈 일은 더더욱 없다. 기초만 네 번째를 앞둔 내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도 결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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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겠는가. 전 세대가 영어와 씨름해 왔듯 우리 또한 중국어라는 벽을 넘지 못하면 회사를 나가는 그날까지 피해 다닐 수밖에 없는 것을. 이 숙제, 과연 끝은 있기는 한 건지. 차라리 날림으로 놀이처럼 배울 수 있는 곳은 없을까. 다음 달 개강하는 학원 강의시간표를 손에 든 나는 머리가 복잡하다.